부동산신탁 ‘내년 담보신탁 무보수로 할까’ 고민
한토신 경영권 매각 추진 등 향후 시장구도 재편
부동산신탁시장이 좀처럼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규제 강화 등으로 부동산개발 경기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동산개발 경기가 위축되면서 이를 수주하기 위한 부동산신탁사간의 경쟁도 한층 격화되고 있다.
특히 신탁업무 가운데 리스크부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담보신탁의 경우 신규 수주를 위해 고비용 영업섭외 활동도 전개되는 등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이처럼 담보신탁 수주를 둘러싼 업계 간의 과열혼탁 양상은 결국 약정보수를 받지 않겠다는 회사마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지방 부동산건축 경기의 침체가 지속되고 관련 시공사 부도가 잇따르면서 토지신탁의 부실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의 한국토지신탁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 신규 수주물량 감소로 실적부진
부동산개발시장 위축 등으로 신규 수주가 감소하면서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의 약정보수가 줄었다.
올 들어 7개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이 거둬들인 약정보수는 8월말 현재 15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90억원 보다 456억원 감소했다. 특히 토지신탁과 담보신탁의 약정보수 감소세가 눈에 뛰었다. <표 참조>
신규 수주부진에 따른 약정보수 감소는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의 향후 실적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지방 부동산건설 경기가 장기간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관련 시공사들이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도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토지신탁 비중이 높은 대한토지신탁, 한국토지신탁 등 일부 부동산신탁 전업사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토지신탁은 소유자가 부동산을 개발하고 싶어도 개발에 관한 노하우나 자금이 부족해 활용을 못하고 있는 경우, 토지를 부동산신탁회사에 위탁 하면 위탁자가 원하는 개발형태에 따라 토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개발에 필요한 소요자금조달, 공사발주, 분양(임대), 관리·운영을 대신하고 개발로 얻어진 수익을 위탁자에게 돌려주는 제도이다.
◆ 신사협정 깨고 다시 고비용 마케팅 경쟁
토지신탁 뿐만 아니라 담보신탁도 수주가 크게 줄어들면서 실적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실적부진 속에서도 아시아, 국제 등 신규 전업사들은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수주를 위한 신탁사간의 경쟁은 과열혼탁 양상으로 치달았다.
신규 전업사들은 단기간에 경영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존 부동산신탁의 경력직 종사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영입하고 있으며, 기존 전업사 역시 수주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달 다올부동산신탁은 저축은행과 시행사, 시공사 등 수주 관련 이해당사자 140여명을 초청, 전세기를 동원해 일본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이로 인해 지난해 과도한 영업섭외 활동을 자제하자는 부동산신탁사의 사장단 신사협정은 깨졌다. 담보신탁 수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다올’ 입장에서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했다고는 주장하지만 업계 스스로가 자정노력의 일환으로 맺은 협정을 먼저 깨트렸다는 측면에서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다올부동산신탁의 해외 골프여행은 업계의 고비용 마케팅경쟁을 촉발시켰다. KB부동산신탁은 최근 부동산신탁 수주관련 이해관계자들을 초청해 국내에서 골프대회를 개최했으며, 다른 부동산신탁 역시 해외 골프대회 개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담보신탁 무보수’ 현실화 되나
이처럼 수주를 둘러싼 부동산신탁 전업사간의 마케팅경쟁에 불꽃이 튀면서 결국 담보신탁 무보수를 선언하는 부동산신탁 전업사마저 나타났다.
KB부동산신탁은 내년부터 담보신탁의 경우 약정보수를 받지 않는다는 방침아래 전략마련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오는 17~18일 양일간에 걸쳐 경영전략 워크샵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관련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담보신탁을 둘러싼 경쟁심화 등으로 약정보수 수수료율체계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2009년 자통법 시행에 맞춰 IB전환이 예상되기 때문에 우량 거래처 선점차원에서 무보수 선언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KB부동산신탁은 담보신탁을 무보수로 할 경우 우량 거래처확보가 보다 용이해져 개발대리사무 등 다양한 부동산신탁 업무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익감소와 같은 부작용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KB부동산신탁의 담보신탁 무보수 선언은 수주물량 감소 등으로 어려워진 부동산신탁 전업사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당장 담보신탁 수익비중이 높은 ‘다올’과 신규 전업사들이 대책마련에 들어가는 등 분주하다. 특히 전체 수익의 50% 가량을 담보신탁에 의존하고 있는 ‘다올’은 생존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KB부동산신탁의 담보신탁 무보수 선언은 업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생존을 위한 출혈경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부동산신탁은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신탁하고 유효담보금액의 범위 내에서 신탁회사로부터 수익권 증서를 발급받아 이를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 자통법 시행 앞두고 생존위한 경쟁체제 돌입
부동산개발 경기가 내년에도 풀리지 않을 경우 부동산신탁 전업사들의 수주 경쟁은 과열혼탁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제한된 부동산신탁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부동산신탁 전업사의 경쟁심화는 결국 약정보수 수수료 덤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신탁사의 경영압박 요인으로 작용된다.
부동산신탁 전업사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개발 시장 위축은 전업사간 수주 경쟁이 부채질했으며 신규 진입사와 증권사 등 겸영사 증가 등으로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의 한국토지신탁 인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면서 부동산신탁시장의 구도재편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부동산신탁시장 관계자는 “한국토지공사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작업의 일환으로 자회사인 한국토지신탁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최근 신한금융지주 관계자가 부사장급으로 인선되면서 신한금융지주 인수설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거대한 금융그룹의 부동산신탁시장 진입은 시장구도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KB부동산신탁의 경우 2009년 자통법이 시행되면 국민은행 계열 선물회사와 함께 증권사와 통합돼 투자은행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며 다른 부동산신탁 전업사도 생존을 위한 변화모색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신탁 3년간 주요 경영지표〉
(단위 : 백만원)
〈8월말 기준 누적 수주실적 현황〉
(단위 : 백만원)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