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대출 억제하니 중소 부동산업 대출 늘어나
전 세계적으로 과잉유동성 문제가 뜨겁다. 2000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의 금융완화 정책과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의 불균형 구조가 글로벌 유동성을 확대시켜 왔다.
과잉유동성은 IT경기 침체와 미국의 9.11테러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를 막는 데는 기여했으나 부동산 및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을 버블화시키고, 석유 등 원자재와 최근의 미술품 가격 불안을 촉발시킨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금융완화정책에 따른 과잉유동성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세계 경제가 크게 위축된 2001년 본격적으로 저금리 정책이 시작되었다.
이후 테러 수습이 진행되면서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음에도 저금리 정책을 지속했다. 신용카드 위기를 경험한 2003년 당시 시점에서 금리를 소폭이라도 인상하면 그 부작용으로 투자가 급감하고, 급증한 가계대출이 부도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은행은 2004년 11월 드디어 콜금리 목표 수준을 사상 최저치인 3.25%로 낮췄으며, 이러한 금리 추세를 1년간이나 지속시켰다.
저금리 정책과 더불어 우리 정부는 경기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위기 이후의 통화확대 정책도 지속했다. 여기에다 경상수지 흑자에다 외국인들의 주식투자 자금과 직접투자 자금 등의 외화가 유입되면서 원화 유동성이 더욱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의 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각종 국토개발 계획에 따른 보상금 등도 유동성을 증가시키는데 한몫을 했다.
결국 시중에 언제든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단기 부동자금이 빠르게 증가해 어떻게 통계를 잡느냐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2002년 말 이미 380조원을 넘어섰고, 2007년 6월 현재 500조원을 넘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최근 들어서 과거에 풀린 통화량이 회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물경제에 비해 통화량이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있다. 2006년 들어서 부터 외국환 은행들과 외은 지점들의 무위험 차익 거래와 외화 대출을 위한 차입이 급증하면서 국외부분에서 본원통화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M2와 Lf(금융기관 유동성) 등의 통화량 증가율도 2006년에는 평균 한자리 수를 기록하였으나 2007년부터는 10%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통화 공급 증가는 시차를 두고 시중 단기 유동성을 더욱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급증한 과잉유동성은 무엇보다도 자산 쏠림 현상(풍선 효과)을 유발시키고 있다. 먼저 주택가격을 올려놓았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국내 주택가격은 강남지역 11구 아파트의 경우 이미 2.23배나 상승하였다.
이에 다급한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을 위하여 전방위적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그 결과 지난해 말 이후 주택가격 상승률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시장 규제가 강화되고, 주택가격 상승률이 둔화되자 2006년부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반면 중소기업 부문에 대한 대출은 급증하고 있다. 2006년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이 43조5000억원으로 그해 가계대출 증가액 40조 9천억 원을 능가하였고, 2007년 1~5월중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이미 2006년 전체 증가액의 70%에 가깝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증가는 그 자체로 매우 반길만한 일이나, 자세히 뜯어보면 그렇지 못하다. 중소기업 대출이 제조업보다는 부동산업과 건설업 등에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기업 대출 대부분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임을 고려할 때, 특히 2006년 중에는 은행의 기업대출 가운데 건설업과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이 제조업의 2배인 20조원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2007년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결국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대출도 부동산가격 하락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 의지가 효력을 보이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제 부동산이 더 이상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자산이라는 인식이 희미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만 기웃거렸던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기웃거리기 시작하고 있다. 적립식펀드의 실적 호조에 힘입은 주식형펀드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여 주식형 펀드의 설정 잔액이 지난해 말 46조5000억원에서 2007년 5월말 현재 54조4000억원으로 약 8조원 증가하였다. 그 결과 국내 증시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10일 KOSPI가 처음 1600선을 넘어서자 한동안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불과 20일 만에 1700선을 훌쩍 돌파하였으며 7월에는 지난 6월에 잠시 넘어섰던 1800선에도 재차 도전할 것같은 기세다.
이제 과잉 유동성이 만들어 낸 금융시장의 자산가격 버블 현상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과잉유동성을 조절하지 못할 경우 훗날 감당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를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되 시장에 큰 혼란을 주지 않도록 서서히 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중소기업의 총액대출한도를 전 분기보다 축소하고, 금감원은 증권사의 신용융자 규제를 검토 중에 있는 등 정부가 돈줄 죄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자칫 동시다발적인 경고와 조치를 쏟아낸다면 시장에 필요 이상의 충격을 줄 우려가 있다. 수년간 과잉유동성을 방치하다가 갑자기 그 방향을 급선회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결국은 정책당국의 몫이다. 일본은 1990년 당시 버블의 폐해를 우려해 급격한 긴축으로 선회한 대가로 소위 ‘잃어버린 10년’을 치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