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은행들은 저원가성 예금이 계속 줄어드는 요인 중 하나라며 난리를 쳤다.
일선에선 CMA의 금리가 은행이 봤을 때는 이해가 안될 정도라며 어떻게 위험을 관리하는 지 증권사가 걱정스럽다며 상당히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CMA는 주식투자목적으로 몰리는 것으로, 은행의 예금이 줄어드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27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외환은행 등 주요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의 핵심인 요구불예금이 14일 현재 118조3999억원으로 지난달 말에 비해 4조6358억원이나 빠졌다.
이들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 3월말 128조8396억원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며 두 달 반 동안 10조4397억원이나 급감했다.
반면 증권사 CMA 잔액은 지난해 12월 8조6631억원에서 지난달말 17조389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를 놓고 은행업계에서는 직장인 월급이 제로금리에 가까운 은행보통예금에서 연 4%대의 이자를 제공하는 증권사의 CMA로 빠져나간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은행은 대거 빠져나간 예금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고금리 특판상품을 판매하거나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 등을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지난 21일 ‘외환위기 10년: 한국금융의 변화와 전망’ 심포지엄에서 “지난해 후반부터 시작된 증권업계의 공격적인 CMA 판매로 은행의 유동성이 압박을 받으며 평균수신 이자율이 더 올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자 은행들은 CMA 대응전략까지 수립하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CMA가 은행의 저원가성예금 이탈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고 있다.
우선 CMA는 잔고가 보통 1000만원 이상이고 은행의 요구불예금 등은 700만원 수준인점을 감안할 때 그 목적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즉 CMA가 주식투자목적으로 돈을 예치하는 것이지 은행에 예금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노진호 수석연구원은 “은행의 수신에 변화가 생긴 것은 계절적 경기적 요인이 크다”면서 “증권사의 CMA와 은행의 요구불예금의 잔고가 다른 것은 서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