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연구원이 증권업협회의 의뢰를 받아 발간한 ‘중소형 증권사의 성장전략’ 보고서에서 “특화 증권사 출현을 위해서는 사업포트폴리오 재구성 등 개별 증권사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차원의 제도개선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조언했다.
이날 보고서는 증권업계에서 정부가 예고하고 있는 자통법 입법 이후 대형 증권사 위주의 시장 환경이 조성되리란 예상하에 중소형 증권사들의 생존에 대한 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 특화전략 선택아닌 필수 = 증협은 “지난해 9월부터 이번 보고서 연구용역을 추진하면서 증권사 기획담당 부서장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수차례 토론과 더불어 해외 현지조사를 실시하는 등 연구용역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고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연구결과가 도출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증협은 개별 증권사 특성에 맞는 특화전략 컨설팅을 증권연구원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 중소형 증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수수료 수익을 관련 비용으로 나눈 영업수지율을 비교하면 대형사가 2005년까지 5년간 평균 영업수지율이 104.3%에 이르는 반면 중형 및 소형사는 각각 87.8%·84.5%에 그치고 있다”며 “이같이 열악한 수익성은 대형사들이 하는 모든 업무와 고객을 대상으로 삼은데 따른 것으로, 이들 중소형사의 특화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소형사의 특화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내 고객 수가 충분히 늘어나고 고객분포가 다양화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객 수와 분포의 변화요인을 기업 및 투자자 각각의 측면에서 분석함으로써, 특화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을 조망했다는 것.
이 분석에 따르면 금융자산 축적·투자자분포·자통법 제정 등의 요인으로 인해 특화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고 현상황을 진단했다.
특히 과거 발행자로서의 기업의 측면보다 투자자의 측면에서 업무의 특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5대 전략·7대 원칙 = 보고서는 이어 중소형사의 공략이 가능한 업무분야로 △자산운용자회사 육성을 통한 펀드 판매 △법인 고객 대상의 위탁매매 △법인고객 대상 자산관리 △장외파생상품 중개 △중소기업 대상 투자은행 업무 등 5개 업무를 꼽았다.
이같은 특화전략 성공을 위해 특정 상품업무 및 산업에 한정된 자원을 집중하고 대상 고객을 좁히는 집중화 전략과 함께 유능한 인적자원 확보 및 효율적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특화전략 성공을 위해서 중소형 증권사는 향후 전략적인 자리매김을 해야 하는데 참고할 7가지 핵심원칙도 제시했다.
첫째는 특정 상품·업무((Prod uct/Activity)에 한정된 자원을 집중하라는 것. 특정업무와 상품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최대 난점인 자본력의 제약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특정고객(Client)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고객이나 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 펀드 판매(계열 자산운용사 육성)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리테일 시장을 공략하는 데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셋째, 특정산업에 한정된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연구원에 따르면 특화에 성공한 해외 중소형 증권사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3개 이상의 산업에 걸쳐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넷째는 다각화는 관련된 부분에 국한해야 한다. 보고서는 사업 다각화의 경우도 상호 연관성이 낮은 비관련 다각화에 대해서는 제한된 자원을 가진 중소형 증권사들의 입장에서는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서치에 기반을 둔 홀세일 위탁매매와 투자은행 업무는 매우 높은 상호 연관성을 지니고 있고 이에 따라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
다섯째, 자본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자통법 시행 초기 자본의 무분별한 확대보다는 가진 자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형사의 자기자본은 2005 회계연도 말 현재 평균 1617억~5686억원 가량이다. 해외의 유수 특화 중소형 증권사에 비해 적지 않은 규모라는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 중소형사의 자기자본으로 하지 못할 업무는 사실상 없다는 설명이다.
여섯째, 선수들로 출발하라. 즉 인력 측면에서도 특화전략을 택한 중소형사들이 조기에 평판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급 직원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곱째, 유능한 직원의 유지 및 성과관리에 힘쓸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직률을 줄이고 유능한 직원에 대한 스톡옵션 및 스톡그랜트 등 다양한 성과관리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병주 회원서비스부 이사는 “중소형 증권사는 개별 증권사에 특화된 부분으로 전문화해 경쟁력을 갖출 때 자통법은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협은 앞으로도 △연구용역 결과 공유 △증권사간 논의를 위한 세미나 개최 △해외 선진증권사 벤치마크를 위한 회원사의 탐방 등을 주선할 계획이다.
<〈표1〉 분석대상 증권사의 그룹별 분류 내역(2006.3.31 기준)>
<〈표2〉 중소형 증권사의 특화 대상 유력 업무>(자료:한국증권업협회)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