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또 다른 의미의 ‘통합’
대형 금융기관 두 곳의 시스템 통합이라는 유례없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김은식 부행장의 IT 실무 경험은 불과 3년여 기간에 불과하다. 이처럼 짧은 IT 경력만으로도 신한은행의 전산시스템 통합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그만의 ‘리더십’ 때문이다.
김은식 부행장이 CIO로 선임된 초기의 심정은 부담감으로 가득했다. 45개의 개발업체에서 1388명이 참여한 6천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이질적 구성원들로 이뤄진 인력을 공통의 목적으로 이끌어야 했고, 구성원 개개인에게 책임감 부여와 성과에 대한 만족감을 부여해야 했기 때문이다. 양행의 시스템 통합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전체 구성원의 통합이 우선돼야 했고, 이러한 문제는 동시에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고 당시의 심정을 토로했다.
김 부행장은 “차세대 프로젝트는 수많은 시스템이 서로 연계되어 있어 하나의 업무를 수정해도 다양한 시스템이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점점 어려워지는 IT 관리는 거버넌스 측면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목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 인력이 마치 단체 줄넘기를 하듯이 임해야 한다”며 “이는 곧 구성원이 하나가 될 수 있는 팀워크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비즈니스의 동반자 ‘IT’
김은식 부행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IT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다. IT는 이미 경영의 백본 인프라가 됐다. 때문에 적시에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전체의 비즈니스 경쟁력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에서다. 반면 IT부서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탈피해 스스로가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코스트 개념으로 접근하는 IT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전체 인프라의 불균형을 초래 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김 부행장은 “현시점에서 제구실을 못하는 백업센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는 백업센터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진행되지 못한 결과”라며 “눈앞에 보이지 않는 가시적 이익을 쫓은 결과 발생하는 대표적인 투자 실패 사례”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 시점에서는 IT가 비즈니스를 주도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수평적 관계의 파트너로서는 부족함이 없다”며 “신한은행은 빅뱅의 도입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IT 인프라의 선진화를 3년 이상 앞당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시대를 반영한 변화의 시작
신한은행의 올해 IT 예산은 전체 예산 2조 2천억원의 20%에 달하는 4천억원 규모다. 이중 올해 초 신권 인식이 가능한 ATM 업그레이드에 800억원의 예산을 사용한 상태이고, 전체 인프라 운영에 연간 1천억원 가량의 예산이 사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2천억원 가량을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자연재해에 따른 장애가 종종 발생하면서 신한은행 불가항적 요소에 대한 위험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는 5월까지 800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용인 마북리에 자기 완결형 재해복구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통신회선과 VPN의 이중화 작업을 근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이며, 지속적인 관심 영역인 PBㆍ바젤2 등은 대면ㆍ비대면 채널을 동시에 보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BPR 확대 및 구축, 그리고 기존 재해복구센터 업그레이드에 각각 50억원의 예산을 배정한 상태고, 올해 안으로 리스크관리시스템의 재구축에 30억의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에는 내년부터 실효될 자본시장통합에 대한 사전 준비가 한창이다.
김 부행장은 “최근 신한은행 IT의 새로운 도전과제는 자금시장통합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계획하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관련법에 의한 IT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번 달 말에 호주의 금융기관으로 사례조사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직까지도 국내의 모든 IT 기업과 컨설팅 기관들이 이렇다 할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선진사례의 벤치마킹을 통한 내부 개발로 방향을 설정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남규 기자 ng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