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금융정보시스템(통합전산망)은 저축은행중앙회의 전산시스템에 각 저축은행이 가입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저축은행업계의 전산을 운영하는 것.
금감원과 중앙회는 전 회원사가 공동전산망에 가입하도록 추진해왔지만, 일부 대형사의 반대에 부딪혀 확대에 애를 먹어왔다.
현재까지 110개 저축은행 가운데 45개사가 가입하지 않고 있다.
거듭된 논란에 금감원이 가입독려압박을 시작했다.
지난 9월 저축은행의 잇따른 금융사고가 터지자 관리감독을 한층 강화한다며 미가입 45개사의 가입을 적극 독려하겠다고 밝힌 것.
지난달 김중희 금감원 부원장은 “금감원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의 불법부당행위가 계속 적발되고, 수법 또한 복잡 정교화되고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나온 게 공동전산망 가입유도이다.
이어 이덕훈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저축은행 최고경영자세미나에서 “중앙회를 본점으로 각 저축은행이 지점과 같은 공동체를 구축해 전산시스템과 인력의 공동 개발관리, 영업 네트워크의 공동활용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축은행의 수익성은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수수료의 수익 증가 등으로 꾸준히 개선되고는 있지만 비이자 부문의 수익 비중이 은행이나 선진 금융기관에 비해 낮고 건전성 지표도 최근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은행권보다 미흡한 수준이라며 나온 발언이다.
여기에 중앙회도 공동전산망 가입 저축은행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입하지 않은 저축은행의 입장은 강경하다. 이들은 주로 자산 수조원대의 대형사이거나 금융지주사의 계열사로 공동전산망 가입이 오히려 불리하다는 판단이다.
중소형사의 경우 자체적인 전산시스템에 대한 투자 및 운영보다 통합전산망 가입이 비용과 관리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규모가 커질수록 사정은 달라진다. 대형사의 경우 자체전산망을 유지하는 경우에 비해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전산망 유지비용이 회원사의 여수신 계수에 의해 분배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이유로 내세운 사고방지에 대해서도, 대형사는 이미 이미 내부 통제 시스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통해 부정행위에 대한 자체 감사 및 감독기관의 관리 기반이 구축되어 있거나 구축 중에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한 적응력이다. 아무래도 공동전산망에 의존하다가는 업계 나름대로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IT전략과 시스템에는 해당 저축은행의 비즈니스 노하우가 녹아 있기 때문에, 타 저축은행과 IT시스템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치명적인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자체 전산망을 보유한 저축은행에게 전략의 기반이 되는 전산시스템을 타 저축은행과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경영비밀을 노출하라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해 신상품을 개발하고 프로세스를 재정립해야 하는 데 전산시스템을 공유하라고 한다면 그 자체가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라는 소리라는 것이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