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로베스 피에르와 시장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6-05-24 21:37

장경천 교수 중앙대학교 상경학부

프랑스 혁명기의 로베스피에르는 막강한 독재자였다. 그는 국민의 인기를 끌기 위해 “우유 값을 내리라”고 명령했다. 정부가 책정한 가격 이상으로 판매하는 사람은 단두대 신세를 면치 못하리라는 엄포를 놓아 우유 값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부가 우유 값을 원가 이하로 동결해 버리자 우유를 생산해 오던 농부들이 소 사육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우유공급이 줄어든 것은 불문가지였다. 로베스피에르가 우유의 공급이 줄어든 이유를 묻자, 사람들은 건초 값이 비싸 수지를 못 맞추는 농민들이 소 사육을 포기하고 있다고 엉뚱한 방향으로 화살을 돌렸다. 그러자 그는 “건초 값을 내리라”고 명령했다. 이번에는 건초재배 농민들이 건초 밭을 불살라 버리기 시작했다. 건초가 줄어드니 소 사육은 원초적으로 어렵게 되었고 따라서 프랑스는 어린아이들에게 줄 우유마저 모자라게 되었다. 이 일화는 정부의 정책이 정부의 의도대로 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주장할 때 흔히 사용되는 예이다. 한 현상에만 초점을 맞추어 대안을 제시하면 그 상황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다른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오게 되고, 다시 문제점을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점이 나오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38개월 동안 크고 작은 35개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다. 또한 여러 차례에 걸쳐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토로되었다. 서민의 주거 안정, 부동산 거래의 투명화, 투기 수요 억제, 주택 및 토지 공급 확대를 기본 방향으로 밝혔고 그를 위해 국민주택기금 지원액을 증액하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등이 제시되었다. 사실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무척이나 많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어 왔다.

그러나 그 어떤 대책도 일시적인 효과를 거둔 것 이외에 지속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 대책은 없었다. 효과가 있었다면 그 많은 부동산 대책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금번 10. 29, 8. 31, 3. 30 대책도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서 “현재의 대책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을 경우 더 강도 높은 추가대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덕수닫기한덕수기사 모아보기 부총리는 말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집값 버블을 경고하고, 집값이 20~30% 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에서의 눈에 띠는 가격하락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 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조급한 마음으로 또 다른 정책들을 남발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자신들의 정책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그 효과가 나타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역대 부동산 대책은 시간이 가면서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그 효과가 사라졌다. 실제로 8.31대책에 부동산 시장불안의 근본적인 문제였던 금리, 유동성 흡수 방안 등이 빠져 있어 주택. 토지 시장은 여전히 가격상승의 잠재적 요인을 안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저금리로 세계 부동산값이 모두 올랐는데 왜 유독 한국만 후유증에 시달릴까. 한마디로 시장경제를 무시하는 정부대책 때문이다. 힘들게 저축하고 절약하여 집 한 채 마련하였더니 엄청 오른 보유세가 기다리고 있다. 새로 집을 장만하여 이사 가려하니 높은 양도소득세가 기다리고 있다. 어쩌란 말인가? 수평이동 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지나친 부동산시장 규제는 결국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경제를 흔들어 댄다. 정작 타격을 입어야할 투기꾼(언제부터인가 부동산을 매매하는 사람들은 도매금으로 투기꾼 소리를 듣고 있다)은 다 빠져나가고 대신 애꿎은 서민들이 아우성이다. 여전히 미분양 주택이 있고,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에 넘겨지는 서민주택이 작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한다. 자칫 서민주택 경매대란이라도 벌어질 조짐이다. 모두가 웅크린 채 이사를 가지 않으니 역전세난까지 발생했다. 이사로 먹고사는 서민들이 의외로 많다. 이삿짐센터에 고용된 일용잡부나 아르바이트 대학생은 물론 인테리어, 도배, 파출부, 부동산업소, 심지어 동네 중국 음식점과 구멍가게까지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거래실종으로 집이 있어도 팔지도 못하고 대출이자 갚느라 허덕이는 ‘유주택 빈민’까지 등장했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제품의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은 경제학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인위적인 수요억제 정책은 일시적인 가격하락을 가져올지는 모르나 결국은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공급의 확대만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정부가 타겟으로 삼고 있는 지역의 교육이, 교통이, 생활편의 시설 등의 주거환경이 좋아서 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면 여타지역도 그러한 환경을 구축해 주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정부는 그러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하여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한다.

지금 팔면 양도세 부담이 적지만 나중에 팔면 양도세 부담이 커진다는 엄포로 지금 당장 매물을 증가시켜 가격 하락을 유도해 보려는 생각은 결국 로베스피에르와 같은 우를 범하는 것이 될 것이다. 목조르기 정책은 시장을 질식시킨다. 그리고 시장은 무시당하면 곧바로 보복을 한다.



관리자 기자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기자의 기사 더보기 전체보기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오피니언 다른 기사

1 “데이터는 잊혀도 스토리는 남는다” 마음을 여는 스토리텔링 [마음을 여는 인맥관리 81] 매튜 룬(Matthew Luhn)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20년간 스토리 아티스트로 일했다. 그동안 <토이 스토리> 1~3편,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업>, <카> 등 수많은 히트작 제작에 참여했다. 그는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와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최고의 방법은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한다. 잘 만든 이야기는 듣는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스토리 없이 통계나 데이터, 정보만 접하면 10분 뒤 머릿속에 남는 것은 5%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내용을 스토리에 담으면 65%가 남는다. 단순히 기억만 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유대감까지 느낀다. 2 AI 시대 ‘전력 기아’...원전은 선택 아닌 필수 이재명 정부 ‘원전 공론화위원회’가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우리는 앞으로 어떤 전기로 살 것인가’를 놓고 논의를 시작했다.이번 공론화는 찬반 투표가 아니라 발전량 비중 '범위'를 묻는 방식이다. 전원별 발전량 비중 상한과 하한을 정한다. 개별 원전 계속 운전, 부지 확정 사업,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특정 지역 입지 등은 논의에서 제외된다.다음달 시민참여단 300명을 선발해 오는 12월 중순께 숙의 토론 과정을 거쳐 나온 권고안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한다.일각에서는 정책적 딜레마를 회피하고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공론화라는 ‘꼼수’를 쓰는 것 아니냐며 폄훼 3 다케나카 개혁의 성과와 대가: 레소나은행과 다이에이의 구조조정 [김성민의 일본 위기 딥리뷰] 2002년 10월 발표된 이른바 다케나카 플랜으로 지칭되는 ‘금융재생 프로그램’은 일본 금융시스템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던 부실 처리를 미루는 관행을 종식시키려는 시도였다. 은행의 자산을 엄격하게 평가하고 부실채권에 따른 손실을 지체없이 인식하도록 한 이 정책은 일본 금융시스템의 부실채권 정리를 본격화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부실채권의 손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회복하고 채무기업의 상환 능력을 개선하는 일까지 이루어져야 금융시스템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었다.그러나 부실채권 정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했다. 손실이 드러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순대’가 경제용어라고? 순(純)대외자산, 한국의 진짜 해외자산은 얼마일까?
[그래픽 뉴스] ISA 대개편! 나에게 유리한 계좌는?
[그래픽 뉴스] 미국 증시 새로운 키워드 'MANGOS'
환전·로또·육아휴직까지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제도 TOP11
[그래픽 뉴스] 은퇴후 30년 부모님 세대의 생존전략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