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관리 기능과 전문성 등을 강화하면 현재의 고객기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재 협동조합이라는 틀을 벗어나 상업은행이라는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될 경우 자칫 덩치만 큰 공룡으로 전락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협은 주무부처인 농림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 동시에 신용사업 일부는 금융감독원 감독을 받고 있어 일반 은행과 다른 규제를 받거나 혜택을 누리는 점은 없다고 한결같이 반박했다.
실제 농협 신용부문은 은행법상 은행으로 분류돼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감독을 받는다.
그러나 금융계 한 관계자는 “감독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자본의 경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간 분리가 안 돼 엄밀하게 자기자본 규제를 받는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업 감독규정 시행세칙은 자기자본 인정범위, 연결재무제표 기준, 위험가중자산 산출 등 크게 세 가지 사안에 대해 농협의 특례를 인정해주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 인정 범위의 경우 농협은 신용, 경제사업 등 총 8개 회계로 구분되지만 각각의 회계에서 자본금을 따로 분리하지 않는다. 즉, 중앙회 전체 자본금을 신용사업 자본금으로 인정해준다. 농협의 자본금 개념은 회원조합(지역조합)의 출자금을 자본금으로 한다.
또 회원조합 채권에 대해선 위험가중치 20%를 적용하는 등 위험가중치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감독당국 한 관계자는 “만약 신경분리가 돼 은행부문이 독립하면 은행 자본금 산출이 가능해 특례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신경분리 이후 은행부문의 자본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04년말 기준으로 농협의 자본금이 6조원이라고 할 때 이 가운데 3조를 기본자본으로 인정해준다면 BIS자기자본비율은 낮게는 8%에서 9%내외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기자본 범위 등 감독규정 특례 없애고
공제부문 분사 등으로 경쟁력 위축 가능성 제기
이는 곧 시중은행의 BIS비율이 12% 내외인 점에 비춰 상대적으로 취약해 농협이 다른 은행들과 정상적인 경쟁을 할 수 없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아울러 신용사업에서 공제부문도 협동조합이 갖는 이점으로 꼽는다. 당초 보험에 해당하는 협동조합의 공제는 조합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게 원칙이다. 최근엔 조합원 개념이 불분명 해 사실상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은행 내에서 보험업을 할 수 없는 시중은행들로부터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제를 갖고 있는 기관은 농협과 우체국금융 정도다.
이에 따라 신경분리가 이뤄지면 일반은행과 같은 수준의 자본규제를 받고 공제사업 또한 분사시켜야 한다.
이밖에 풍부한 저원가성예금은 농협의 최대 강점 중 하나로 꼽히지만 저원가성예금의 바탕이 되는 지역 시·도금고 확보도 신경분리 이후엔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일각에서는 농협이 그 많은 지역 시도금고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농협이니까 가능했던 것으로도 풀이했다.
이런 점들에 비춰볼 때 농협 신용사업을 은행과 똑같은 수준으로 만든다면 그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방대한 네트워크와 고객기반은 향후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는데 확실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올 3월말 현재 신용부문의 총자산은 144조8792억원에 달해 우리금융지주 등 웬만한 금융그룹 부럽지 않다. 총수신과 대출금은 각각 103조2494억원, 83조292억원이다. 지역조합을 합친 점포 수는 5000개가 넘는다.
대형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신경분리 이후 농협 특성상 그동안 소홀했던 리스크관리, 여신심사, 고객서비스 등에 더욱 신경 쓴다면 막강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라며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농협 신용사업 현황 (2006. 3말)>
(단위 : 억원,%)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