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시장은 들뜬 분위기에 젖은 업계에게 ‘유통문제발(發) 역풍’이라는 호된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 초기에 성공 못하면 타격 불가피
21일 저축은행대표들과 감독당국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양측모두 ‘수표가 제대로 유통이 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우려했다.
백화점 등에서 신뢰를 이유로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되면 업계는 신뢰에 타격을 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상초유의 흑자를 기록하며 모처럼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저축은행업계에 찬물을 끼언질 수 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표는 고객이 거부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저축은행의 흠으로 직결될 것이 우려된다. 무분별한 발행에 따른 지불준비금 초과사태가능성도 업계가 경고하는 또다른 이유다. 지불준비금은 예금지불에 대비해 중앙은행에 예치시켜야 하는 돈이다.
가령 수개월전에 발행된 수표가 한꺼번에 몰려 일시에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 지불준비금을 초과하는 불상사가 터질 수 있다.
시중은행은 이때 콜론이라는 단기자금을 은행으로부터 빌려와 해결한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은행에서 거부하면 지불불능사태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수표발행 초기에 10만원, 100만원 등 금액이 정해져 있는 정액권 수표와 그렇지 않은 수표를 동시에 유통시킬지 별도로 할지도 중요하고, 시스템을 어떻게 갖출지 어떤 형태의 수표일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유통·시스템 관리 등 문제 해결해야
88클럽 저축은행이 우선 대상될 듯
◆ “해결할 수 있다” 자신감
“결국 홍보에 달려있다.” 업계 전문가와 감독당국 모두 저축은행의 수표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수표를 발행하는 저축은행은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곳이라는 걸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도 수표발행 대상 저축은행을 BIS자기자본비율 8%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이하인 ‘88클럽’에 해당하는 곳으로 정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점인가 여신확대 등과 마찬가지 기준으로 통일해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불준비금 문제에 대해 금감원은 “무분별한 수표발행으로 지불준비금을 초과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차단하면 된다”고 자신했다.
저축은행업계에서 한 곳이라도 수표발행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업계 스스로의 건전성 개선노력이 금감원의 기대다.
◆ 신인도 상승·수익 놓칠 수 없어
수표발행은 곧 신인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고서는 허가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나 감독당국도 이점을 가장 크게 기대한다.
다음으로 수익. 자기앞수표가 발행되면 별단예금으로 처리돼 수익이 발생한다. 별단예금은 은행이 거래자와의 많은 거래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자금을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예금이라기보다는 보관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수표발행으로 100억원의 별단예금이 생겨도 이자는 한푼도 지불하지 않는다. 이자율을 5%로 가정하면 년 5억원의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셈이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도 향상된다. 저축은행 창구에서 받는 수표는 모두 아침에 창구직원이 시중은행에서 발행해온 것들이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수표발행을 대가로 일정액을 예치할 것을 요구한다. 실제 새마을금고의 경우 5~10억원 정도를 은행에 예치한다. 일년치로 계산하면 1조2000억원에 달하지만 금리는 고작 0.1%에 불과하다. 새마을금고는 년 76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나마 수표를 발행해주면 다행. 최근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은행들은 서민금융기관들에게 수표발행을 해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귀찮다는 이유로 기피하고 있고, 농촌과 같은 작은 곳에서는 경쟁자로 인식해 수표발행을 아예 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서민금융기관 직원들은 먼 곳까지 찾아 다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수표발행으로 그간의 수고를 덜 수 있는 셈이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