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수표발행을 대가로 시중은행에 예금을 예치하지 않아도 되고, 창구에서 거부를 당해 얼굴을 붉힐 이유가 없어지게 됐다.
당정은 지방선거전에 수표발행을 허용하기로 하고, 선별기준을 마련중에 있다.
◆ 수표 취급 어려움 ‘끝’
저축은행 창구에서 받는 수표는 모두 아침에 창구직원이 시중은행에서 발행해온 것들이다.자체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객의 편의를 위해 미리 대량으로 발급받는 것.
이 때문에 은행들은 수표발행을 대가로 일정액을 예치할 것을 요구한다. 실제 새마을금고의 경우 5~10억원 정도를 은행에 예치한다. 일년치로 계산하면 1조2000억원에 달하지만 금리는 고작 0.1%에 불과하다.
그나마 수표를 발행해주면 다행. 최근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은행들은 서민금융기관들에게 수표발행을 해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귀찮다는 이유로 기피하고 있고, 농촌과 같은 작은 곳에서는 경쟁자로 인식해 수표발행을 아예 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수표를 발행하기 위해 직원들은 먼 곳까지 찾아 다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수표발행은 그간의 수고를 덜고 경영내외적으로 혜택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새마을금고는 더 이상 은행에 예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연간 760억원의 비용을 절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저축은행업계도 대외 신인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표발행기준에 들기 위한 자산과 건전성 향상 노력 등 동기부여효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 5월부터 수표발행
당정은 최근 5·31 선거 이전에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서민금융기관의 자기앞수표 발행을 허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재경부는 총자산규모 등을 고려, 우량한 금융기관부터 선별적으로 허용하고 결제안전장치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당정은 4월초 협의를 거쳐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수표법과 관련된 시행령을 개정, 이르면 선거 전인 5월께 늦어도 6월부터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시행초기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일부업체에게만 허용하기로 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금융감독원 경영등급 A, B등급에 자산 500억원 이상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만 허용키로 했다. 전국 1600여개의 새마을금고 가운데 10% 정도인 200여개 업체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의 일부도 여기에 포함된다.
◆ 새마을금고 끈질긴 설득 결실
이번 수표발행은 새마을금고의 끈질긴 노력과 정부의 규제개혁의지가 합쳐 만든 결실이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3월부터 팀을 구성해, 서민금융기관의 수표발행 당위성과 안정성을 계속해서 재경부를 설득했다.
새마을금고는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 ‘금고 건전성’ 모두 문제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금고는 정부에 대해 “금융결제원에 가입돼 5년 이상 2000억원을 무리없이 결제하고 있고, 결제대행은행이 있어 만일 문제가 있으면 대행은행에서 책임진다”고 주장했다. 또 “담보로 새마을금고연합회의 국공채 2조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에 정치권이 규제완화차원에서 검토하기 시작했고, 재경부도 마침내 수표발행을 허용키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국무조정실이 지난 7일 규제완화 관련회의를 열고 안정성 확보를 전제로 규제완화 차원에서 서민금융기관의 수표발행업무를 허용키로 합의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