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차원서 논의 가능성..찬반논란 거세질듯
공익성이 높지만 지배주주가 없는 공기업(민영화 기업 포함)이나 국가전략산업에 대해 경영권 방어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면서 정책당국의 자세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재경부는 일단 "아직 검토중인 내용이 없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자본시장 여론추이 등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다"고 밝혀, 입장 선회가능성을 희미하게 내비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원입법 형태로 법안이 국회에서 마련되면, 재경부는 자연스레 따라가는 모양새를 통해 입장을 선회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대두하고 있다.
6일 정부와 금융계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은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경영권 보호장치가 대부분 폐지돼, 투기성 자본의 불공정한 행태를 규제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경우 외국자본을 차별적으로 규제하지는 않지만 국가기간산업 등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투기자본의 적대적 M&A시도에 따른 폐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경영권 방어장치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외 투자자에 대한 동등대우와 공정경쟁 보장원칙은 준수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독점성과 공익성이 높은 공기업에 대해 의무공개매수제도나 전략산업 M&A 거부제도 등 보호장치를 정관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증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발언도 주목받았다.
윤 위원장은 지난달 토론회에서 "M&A의 순기능은 보장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 부활이 필요하다는 제안은 일리가 있으며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금감위는 전기 통신 등 기간산업에는 외국인 보유지분 제한이 있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 위원장도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 "경영권 시장에는 내외자본이 따로 있을 수 없지만, 기간산업이나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기업은 내외자본을 구분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 입법권과 법 개정 권한을 가진 재정경제부는 현재로선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민영화 된 공기업의 외국인 지분이 과다하다는 이유를 들어 정부가 정책적인 방어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일각의 논리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박병원 재경부차관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추가로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말했다. 이미 지난 2004년~2005년 사이 국회 논의 등을 거쳐 M&A와 관련한 법제도 등을 정비했다는 설명이다.
재경부 한 관계자는 "공기업 민영화 때 내외자본이 차별없이 동등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다"며 "정부가 지금 공기업이나 민영화된 공기업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정책수단 도입에 나선다면 외국자본이 우리나라 투자환경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불문가지"라고 말해, 새로운 정책수단 도입에는 반대의사를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재경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의식해 경영권 방어장치 추가도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러나 재경부가 KT&G와 칼 아이칸간 분쟁결과와 자본시장 여론추이 등을 감안해 향후 정책방향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재경부 내에서는 다소 유연한 자세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부 정책변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일각에서 거론되는 경영권 방어장치들이 정부 판단으로는 너무 많이 앞서 나간 것으로, 오히려 경영진의 해이를 불러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향후 각계의 다양한 의견과 자본시장 여론추이 등에 따라 정책방향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회내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일부 의원들이 국가기간산업에 대해 외국인이 지배주주가 되려면 사전승인을 받도록 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한데 이어 이번 KT&G 분쟁 등을 계기로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위한 법 개정안을 준비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의무공개 매수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가 시작된다면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수 전문가와 증시 관계자들은 "적대적 M&A를 무력화하는 장치는 아직 내부통제장치가 미약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무능한 경영자를 보호해주는 장치로 굳어지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신뢰도 저하를 우려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정부의 정책방향 전환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