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자기앞수표 발행 퇴조현상에 대한 대처가 ‘1차 문제’다. 시중은행에서 수표취급발행비용 때문에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 현상을 정확히 바라봐야 하고, 저축은행간 교환결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다.
재경부가 수표발행허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 자격요건의 ‘엄격함’ 정도도 핵심 변수다.
■ 재경부 “수표발행 종합적으로 검토중”
재정경제부 은행과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이 고객들에게 자기앞수표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서민금융기관이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성과 내부 부정방지 등을 위한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오면 자기앞수표 발행 허용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재경부는 수표발행 검토를 위해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위원회와 감사부처인 행정자치부, 지급결제시스템 당국인 한국은행, 수표법 등 법 개정 주무부처인 법무부 등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업계가 기대하는 금융결제원 가입과 관련,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중앙회 등 5개가 가입돼 있고, 개별 금융기관의 결제원 가입도 종합적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검토에 대해 업계는 지금까지 업계의 줄기찬 자기앞수표발행 요구에 재경부가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재경부는 서민금융기관들이 시중은행처럼 전산으로 지급결제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느냐와 부정방지시스템을 갖췄는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업계가 풀어야만 수표발행이 가능하고 재경부도 이 점을 발행 요건으로 내세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재경부는 지급결제시스템, 금융사고 개연성, 자산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금융기관의 자기앞수표 발행을 허가해 주고 있다. 또 자기앞수표 발행은 수표법에 따라 은행과 우체국, 농수협 등만 발행하고 있다.
■ 신인도 향상 기대
서민금융업계는 수표발행으로 대외 신인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있다.
수표발행 자체가 금융기관으로서 건전성과 공신력을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표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법무부와 협의해야 하는 등 수표발행 하나로 정부기관 여러곳과 관련을 맺으면서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중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지만 고객들의 관심이 적었던 서민금융기관들로서는 ‘수표’가 상징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이번 계기로 정부의 인식변화를 예상하며 추가 규제완화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금융결제원 가입여부도 관심거리다. 현재 5곳의 서민금융기관이 가입돼 있지만 개별 금융회사들은 제외된 상태다. 저축은행업계의 경우 중앙회만 금융결제원에 가입돼 있고, 개별 금융기관들은 중앙회를 통해야 결제원망을 이용할 수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익얻기에는 한계
시중은행에서는 수표발행에 수익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발행수수료나 은행끼리 수표 교환체계를 갖춰 약간의 이익이 있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은행관계자는 “일선 영업점에서는 수수료 수입과 업무를 단순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수표를 취급하지만 실제 수표 발행비용과 결제후 보관비용 등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수표발행을 통한 수익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설명.
고객들도 현금화할 때 수수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갈수록 기피하는 등 수표의 활용도는 떨어지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해 자기앞수표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교환액은 981조2천억원으로 전년의 1천310조원에 비해 328조8천억원이 감소했다. 자기앞수표의 연간 교환액은 1999년 1747조3천억원을 정점으로 2000년 1738조원, 2001년 1천576조4천억원 2002년 1천588조6천억원, 2003년 1천516조원 등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는 처음으로 자기앞수표 연간교환액이 1천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자기앞수표의 교환액이 매년 현격히 줄고 있는 것은 인터넷뱅킹과 지로 등을 통한 대금결제가 확산되고 신용카드 결제가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 주요인이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기침체기에 수표결제액이 줄어드는 경향도 있었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경기요인과 상관없이 인터넷뱅킹과 신용카드 결제의 확산으로 수표 사용이 현저한 퇴조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음·수표 결제규모 추이(일평균)>
(단위 : 천건, 십억원)
주 : 1) 당좌수표, 가계수표, 환어음 포함
2) 콜자금상환 영수증, 증권투자신탁 업무관련 영수증, 양도성예금증서(CD) 등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