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펀드와 퇴직연금 도입 등으로 펀드투자의 기간은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운용철학 등 정성적 요소가 성과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월간 단위의 펀드 성과평가 보고서들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일부 펀드에 대한 쏠림현상도 생겨 단기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운용사간 경쟁이 가열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간접투자가 활성화되는 지금 투명성과 객관성을 갖춘 펀드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체계적인 평가시스템을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 펀드평가사, 수익률 위주 평가시스템 ‘여전’ = 펀드시장의 본격화되면서 개별 펀드의 수익률이나 펀드정보를 제공하는 펀드평가사들의 위치가 확고해졌다. 펀드정보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기관은 물론 일반투자자들까지 펀드평가사의 정보에 의존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더욱이 이젠 기금이나 법인들이 자금운용을 위한 운용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펀드평가업체의 자문은 필수적. 일부 중소형 운용사의 경우에는 평가사들의 눈치를 보는 곳도 생겨날 정도다.
하지만 업계에선 펀드평가사들의 영향력이 커진만큼 그 정보의 질적 부문에 대한 발전도 함께 이뤄졌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이는 지난 99년 제로인과 한국펀드평가가 평가사로서의 업무를 처음 시작한 이후 7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과거 수익률 위주의 정량적 평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적립식펀드와 퇴직연금 도입 등으로 장기투자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지만 평가사들은 주·월간 단위의 보고서들을 제공하면서 여전히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A운용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운용성과는 1년 단위로 평가받도록 돼 있지만 펀드평가사들의 단기보고서가 쏟아지면서 거의 하루 단위로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라며 “장기투자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운용사들의 운용철학이나 펀드매니저가 바뀔 경우 운용방침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정성적 요소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B운용사 관계자도 “펀드가 수익률 위주로만 평가될 경우 일부 펀드에 대한 쏠림현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곧바로 운용사들의 단기수익률 올리기 경쟁으로 이어져 자칫 시장을 왜곡시킬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익률을 많이 올리는 회사보다는 꾸준한 수익률을 시현하는 회사가 좋은 곳이라는 인식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펀드평가사들이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특히 평가사들의 수익기반이 리테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량적 평가는 장기적으로 그들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체계화된 평가기준 마련 시급 = 전문가들은 단기위주의 평가체계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펀드평가의 기준과 성과시스템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 기본적으로 국내 펀드평가에선 펀드 스타일이나 사이즈에 따른 차별화된 분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채권형의 경우 공모펀드에 한해 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공모는 전체의 20∼30%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실반영을 하는데 있어서는 다소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C운용사 관계자는 “1조원짜리와 100억원짜리 펀드를 동일하게 비교하는 것은 마치 항공모함과 돛단배를 같은 기준에서 비교하는 것과 같다”며 “운용규모에 따라 분류하는 등 평가기준을 정교하게 정해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난해가 펀드를 대중화시키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시장의 질적 발전을 위해 효율적인 평가시스템 마련이 필요한 시기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D운용사 관계자도 “현재 금융당국에서도 올바른 펀드평가의 기준마련을 위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제도차원에서의 기준마련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투자자들과 대면하는 펀드평가사들의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펀드평가사들은 정성적 평가를 논하기에는 시장여건이 아직 성숙되지 못했다고 강조한다. 운용사들의 투자철학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성적 평가가 가능하겠냐는 얘기다.
한 펀드평가사 관계자는 “이제 막 시작되는 펀드시장에서 정성적 평가를 얘기하는 것은 유치원생에게 돈벌어오라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아직까지도 단기상품이 난발하고 있고 매니저들이 철새처럼 옮겨다니는 현 시점에서 실질적으로 정성적 평가를 실시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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