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세청의 세무조사, 검찰 조사, 국회의 움직임 등에 비춰볼 때 그동안 해외펀드가 그랬듯이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먹튀 행각’을 벌이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부, 국회, 시민단체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국회의 외환은행 매각 제동 움직임이나 세무조사 등을 통해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며 론스타도 최근 “이번 매각을 서둘러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외환은행이라는 개별은행 뿐 아니라 전체 은행 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외환은행을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또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 외상매각· 컨소시엄 매각 마땅치 않아= 현 상황에서 외환은행의 유력 인수자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꼽히지만 국민은행은 은행산업 독과점 우려라는, 하나은행은 외상매각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하나은행은 현금동원력에서 국민은행에 훨씬 뒤지기 때문에 결국 외상매각이나 컨소시엄 구성 등의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나 주식교환이나 상환우선주 발행 등을 통한 외상매각은 당사자인 론스타 뿐 아니라 정부에서조차 비판적인데다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 신한지주의 조흥 인수 선례에서 보여지 듯 많은 문제점을 남긴다.
하나은행은 주식교환을 통해 서울은행을 인수함으로써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신한지주는 조흥 인수 때 51%는 현금으로 나머지는 상환우선주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고 이는 매해 국회 국감 때마다 비판을 받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게다가 당시 조흥은행 매각으로 예금보험공사가 갖게 된 상환우선주를 예보가 올해부터 매각할 계획이어서 신한지주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돈 벌어서 외상값 값는 꼴”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인수은행에 지속적인 자금부담을 안겨줄 수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하나은행은 컨소시엄 구성 등도 고려하고 있지만 최근 외국에서의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다는 소문들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향후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자금모집이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내부 문건을 통해 보유현금 및 출자전환 채권 매각, 선·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총 4조억원대를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 강한 자신감을 표하고 있다. 나머지 최소 2~3조원의 자금은 재무적투자자 유치 등으로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는 가장 불확실한 요인으로 남는다.
또 하나, 최근 금융연구원 보고서에서 은행산업의 시장집중도 즉 독과점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 폐해를 지적했듯이 국내 1위 은행의 추가 M&A에 따른 독과점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한편으로는 정부가 동북아금융허브 추진과정에서 초대형 우량은행 탄생이라는 명목으로 용인할 수 있다는 시각도 일각에선 나온다.
◇ 은행산업의 시너지 가능한가= 어쨌든 현재로서는 하나은행 보다는 국민은행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지만 은행 산업 전체적으로 외환은행 매각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 여부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일각에선 강조한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논 100평 가진 농부가 옆의 논 100평을 추가로 살 경우 150평에 해당하는 수익만 내도 시너지라고 생각하는 게 국내 M&A의 결과였다”며 “이 경우 전체로 볼 때는 나머지 논이 제대로 경작되지 않아 결국 시너지를 못 내는 꼴”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엔 외환은행 전직 행장들이 성명서를 내고 “K은행이나 H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현재의 외국환 및 기업금융 경쟁력이 그대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 외환 독자생존 실현가능성엔 ‘이견’= 외환은행 일각과 노조 등에서는 독자생존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이견들이 많다.
일단 지난 외환위기 때인 2003년을 제외하고는 최근 5년간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는 점과 업무이익이 매해 1조원을 웃돌았다는 점 등은 외환은행의 잠재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되곤 한다.<표 참조> 아울러 강점인 외환 부문에서의 시장점유율을 봐도 수출에서 지난해 10월 기준 24.7%로 점유율 1위다. 수입부문에서도 26.6%로 1위이며 2위인 우리은행과 12.6%포인트 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A증권 은행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만일 외환은행이 독자생존할 능력이 있어도 론스타의 지분을 과연 누가 살 수 있겠냐”며 “독자생존 한다면 공공성을 띈 펀드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이런 주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주주 적합성 심사에서도 무난히 통과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자금이 축적돼 있는 은행으로 매각되는 방법밖에 남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물론 외환은행 전직 행장을 비롯해 노조에서도 현재 여러 군데의 투자자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세표 전 외환은행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독자생존을 위해서는 여러군데의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현재 전직 행장들이 모두 접촉을 하고 있으며 이 역시 협상 과정이라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조 역시도 “실제 돈을 내겠다는 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독자생존을 위한 자금확보가 첫번째 관문이지만 아울러 과연 외환은행이 국내 금융현실에서 경쟁력이 있느냐 여부도 논란거리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향후 은행업의 관건은 유기적 성장을 꾀할 수 있고, 시장 개척 능력을 통해 이익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느냐 혹은 남들이 범접할 수 없는 특기가 있어야 하는데 외환은행이 어느 쪽에 속할 지는 의문”이라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실제 외환부문에서 국민, 우리은행 등이 공격적인 확대를 하고 있어 외환은행이 향후 몇 년간은 방어할 수 있지만 어느 수준 이상에서는 독자생존을 위한 비용절감 및 구조조정 역시도 감안해야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환은행 최근 5년간 주요지표>
(단위 : 억원)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