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내 괜찮다는 상권에는 이들 지주사 계열 은행들의 복합금융점포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3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그 다음달 8일엔 하나은행이 대투증권 빌딩에 BWB형태의 복합점포를 냈으며 지난 1월12일엔 신한FC가 잠실에서 첫 선을 보였다. 압구정동에서는 오늘(23일) 신한FC 2호점이 개점한다.
이들 은행간 복합점포 경쟁은 퍽이나 치열하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만큼 복합점포 간에 차별성이나 남다른 구조적 특징은 가시화 되지 않고 있다.
고객들의 반응도 여전히 냉담하기만 하다. 원래 은행을 이용했던 고객은 복합점포란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은행만 들르고 증권사 이용 고객은 증권창구만 들렀다가 가고는 한다.
원스톱뱅킹이나 연계영업 또는 협력 마케팅이 뿌리내리는 일이 요원해 보이는 실정이다.
◇ 전용 엘리베이터냐 계단으로 가느냐 ‘접근성’ 차이 뿐 = 지난 19일 오후 기자가 직접 찾은 우리금융프라자 1층은 어느 은행의 빠른 창구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입출금업무와 환전 등을 할 수 있다. 2층엔 개인· 중소기업을 위한 은행 상담창구가 있다고 해서 계단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고 은행 현관문을 나서 건물 왼쪽에 있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층으로 가야만 했다. 나머지 3층, 4층, 5층, 6층도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3층엔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은행의 PB창구(Two Chairs)와 증권 PB창구(WMC)가, 4층엔 증권, 5층엔 은행(종금·기업), 6층엔 은행(기업)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배치됐다. 각 업무 혹은 영역별로 철저히 분리돼 있어 원스탑 뱅킹은 솔직히 힘들어 보였다.
이튿날 오전 잠실 롯데캐슬골드 1, 2층에 위치한 신한FC를 찾아 갔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2층 PB센터로 바로 연결되는 전용 에스컬레이터다. 1층 리테일 점포 내부에도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고 바로 굿모닝신한증권 점포 내부로 연결돼 있었다. 아울러 PB센터와 증권점포간 이동도 가능했다.
신한은행 한 점포 담당자는 “층은 다르지만 서로간에 연결고리를 영업점 안에서 공유할 수 있어 접근성이 다른 은행의 복합점포보다 낫다”고 유난히 강조했다.
23일 문을 여는 압구정 점포도 고객의 접근성을 최우선 고려해 1층엔 개인, 2층엔 기업, 증권점포가 있으며 그 사이 ‘중간2층’에 PB점포가 자리해 서로 간에 전용 엘리베이터 혹은 계단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고객은 은행만, 증권은 증권창구만
“편리하겠다 호의적 반응 는다” 기대도
우리와 신한이 층별로 영역을 구분한 것과 달리 하나은행은 한 개 층에 대투증권과 하나은행을 나란히 배치했다. 은행과 증권점포 사이엔 아무런 벽이 없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영업 이외의 시간에 서로를 갈라 세우는 차단벽이 내려올 뿐이다.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점포가 나란히 있거나 혹은 은행 안에 증권점포가 있어 이동이 손쉬운 이런 점포가 가장 진화한 점포 형태”라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이들 점포 일부담당자들은 아직은 원스톱뱅킹·시너지창출 경쟁 보다는 접근성 높이기 경쟁이 이뤄지는 단계에 그친다는 푸념도 내놓고 있다.
◇ 복합점포 안에선 “너는 너 나는 나” = 원스톱뱅킹이 구조적으로 가능하지 않아 고객들 역시도 복합점포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신한FC의 PB센터를 찾은 한 40대 여성고객은 “어차피 은행에서 펀드 상품까지도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굳이 증권 창구로 옮겨갈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복합점포에서 만난 고객들도 엇비슷한 반응이다.
우리금융프라자의 은행창구에 들른 한 30대 여성고객은 “원래 우리금융 쪽에서는 우리은행만 거래하고 증권 관련 거래는 ㄱ증권을 이용하고 있다”며 은행 볼일이 끝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나섰다.
우리금융프라자 4층에 있는 증권창구에서 나오던 50대 남자 고객 역시도 은행에서는 상품 가입 등의 거래를 틀 생각이 없다며 건물을 빠져 나갔다.
결국 기존에 은행과 거래했던 고객은 복합점포에서도 은행만, 증권 거래 고객은 증권사만 이용하는 양상이 지배적인 실정이다.
은행에서 예금에 가입한 뒤 펀드 상품 등의 조언을 받겠다며 같은 건물 안의 증권창구를 적극적으로 들르기를 기대하기는 아직은 힘들어 보이기만 했다.
복합점포의 한 지점장은 “아직은 초기단계여서 고객들은 잘 모르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설명을 해드리면 ‘와보니 증권도 있고 PB도 있고 좋네요.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겠어요’란 반응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 지점에서 예금 가입하는 고객에게 수익증권이나 카드상품 등을 권유하듯이 이제는 은행 내에서만 이뤄지던 것을 은행 증권 보험으로 확장한다고 볼 때 향후 연계영업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기대했다.
사진설명 : <上> 하나금융프라자...사진 왼쪽은 대투증권, 오른쪽은 하나은행 점포 내부모습. <下> 신한파이낸셜센터 잠실점 개점식 모습.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