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평가제는 각 직급의 직원들의 서로의 인간성, 업무능력 등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인사평가제도다.
특히 현대증권은 지난 11월 1일과 29일 단행한 두 번의 인사에서 모두 상호평가제를 실시, 그 결과를 일부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본사 사업본부별, 지역 지점본부별로 서면을 통한 총 4가지 문항에 각 부서장 및 지점장들이 직접 기재토록 하는 상호평가제를 실시했다.
직원들의 다면평가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상호평가제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 지점장마다 같은 점수를 줄 수 없도록 하는 한편 기재자를 암호로 처리해 누가 누구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당사자들은 알 수 없도록 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보통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하향식 고가를 통한 인사가 그동안 많은 문제를 야기시켰던 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같은 직급 직원들이 서로를 평가하는 보다 상호평가제를 실시하게 됐다”며 “이미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상향식 고가평가와 함께 상호평가제도 정례화시켜 앞으로 조금 더 객관적이고 평등한 인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일부에서는 이번 평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상호평가제가 인사를 위한 것도 아니었을 뿐 아니라 실제 인사에 반영된 것도 일부분”이라면서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평가하든지 간에 우수한 직원은 모두 일맥상통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실질적으로 평가 대상자가 된 한 지점장은 “입사 이후 처음 실시해보는 상호평가제에 다소 어색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한 본부내 20여명의 지점장을 모두 잘 알수는 없기 때문에 평소의 알던 모습으로만 평가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다만 이 지점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어찌보면 경쟁관계에 있던 지점장들 간에 친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면서 “향후 소모임 등을 통해 체계화되면 더욱 효율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대증권은 지난달 초 임원 8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을 때도 임원들간의 상호평가제를 활용했다.
한편 이번 인사는 무려 170명 가량의 본사 부서장 및 지점장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중 30여명이 보직해임 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 보직해임 된 지점장들은 단 한명도 퇴사하지 않은 채 그동안의 직함을 떼고 영업의 최일선으로 돌아가 후배들과 다시 한번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회사에서 보직해임을 받으면 회사는 물론이고 당사자 스스로도 사표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엔 보직해임으로 퇴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는 그만큼 직책에 대한 권위의식이 많이 사라졌다는 증거”라면서 “오히려 한 번 위기를 겪은 만큼 젊은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에 더욱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