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성장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향후 리딩뱅크 경쟁의 분수령이 될 외환은행 인수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하나은행 순이자마진(NIM)이 은행권 최하위권에 머무르면서 마진개선, 그리고 출신간 갈등을 녹여낼 화합전략과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울러 지주사 출범 후 대한투자증권과 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얼마나 극대화 하느냐도 향후 경쟁력을 가름할 요소로 떠올랐다.
◇ 서울 인수 후 꾸준했던 성장세= 하나은행은 흔히 HSBC(하나+서울+보람+충청)라고 불릴 정도로 인수합병을 통해 꾸준히 자산을 늘려왔다. 특히 지난 2002년말 서울은행을 인수하면서 비로서 빅4은행에 진입, 대형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합병 당시인 2002년말 하나은행의 총자산은 87조6000억원이었는데 3년이 다 돼가는 올 9월말엔 103조원으로 늘어나 무려 17.6%의 자산성장을 이뤘다.<그림참조>
총수신은 9.4% 늘었고 총여신은 무려 18.5%가 늘어났다.
그러나 이런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나은행은 ‘규모 키우기’와 ‘리딩뱅크’란 화두 앞에 각고의 수행을 거쳐야 한다.
외환은행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이지만 시가총액 등의 덩치를 보나 현금동원력을 감안하면 하나은행으로서는 버겁기만한 상황이다.
◇ 외환銀인수 ‘배보다 배꼽’격= 하나은행의 최근 시가총액은 7조406억원으로 상장사 가운데 17위지만 외환은행은 이보다 큰 7조4164억원으로 14위를 달리고 있어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진다.
이만한 덩치의 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도 시장에서는 가시지 않고 있지만 이에 대해 지주사 및 은행 경영진들은 해외 투자자 유치 및 컨소시엄 구성 등의 카드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환은행 매각이 생각보다 길어지거나 다른 대형 은행에 매각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어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한 금융지주 계열 고위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만일 하나은행이 모든 장애물을 넘어 외환은행을 인수하더라도 화학적 통합 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금융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하나 서울은행이 합병하기 전인 지난 2001년말 옛 하나은행 직원이 3503명, 옛 서울은행이 3842명 이었으나 합병직후(2002년말) 총 7042명으로 줄었다. 이후 신입행원 충원이 있었는데도 2003년말엔 6933명으로 줄었으며 이 과정에서 서울은행 출신들의 이탈이 많았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지적이었다.
외형 컸지만 NIM 업계 최하위…마진개선 시급
지주사 출범후 대투증권과의 시너지도 큰 변수
최근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를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이런 점의 영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종열 하나은행장 역시도 “외환노조가 반대하는 것은 점포축소 및 재배치, 인력조정 등을 우려하는 시각”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이 점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향후 험난한 가시밭길을 갈 수밖에 없다. 올 9월말 현재 하나은행의 직원이 7100명, 외환은행이 5351명으로 양 은행의 합병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외환노조는 하나·서울 출신간 임금제도는 은행합병 2년만에, 복지제도는 3년만에 통합됐다는 사실에도 경계심을 갖고 있다. 게다가 노조 역시도 통합되지 않아 외환은행까지 합쳐질 경우 ‘한지붕 세가족’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서울은행 합병으로 인한 시행착오를 또다시 겪지 않을 대응책이 마련돼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NIM 업계 최하위= 하나은행의 NIM은 9월말 현재 2.13%로 10개 은행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그림 참조> 신한은행이 2.13%로 같지만 NIM 수준이 상위권에 속한 조흥은행(3.28)과 합병할 경우 개선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하나은행의 마진개선은 시급한 과제다.
대우증권 구용욱 애널리스트는 “과거 옛 서울은행의 NIM이 괜찮은 편이어서 합병 이후 다소 개선되기는 했지만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며 “이는 곧 자산규모를 늘려도 은행 이익으로 돌아오는 마진은 낮다는 의미여서 이 부문의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은행 합병 이전인 2002년 9월 옛 서울은행의 NIM은 2.43%였으며 하나은행은 1.90%에 불과했다. 합병 하고 일년이 지나자 2.10%로 다소 높아졌고 2004년말엔 2.21%까지 올라갔으나 업계 평균에도 못미치고 옛 서울은행 당시 수준과도 거리가 멀다.
이에 따라 내년 경기가 좋아지면 자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NIM이 약할 경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은행과 대투증권과의 시너지도 향후 경쟁력의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다. 즉 대투증권을 활용해 수익을 얼마나 더 뽑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증권사 또다른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대투증권은 대투운용과의 시너지로 마진율이 괜찮았는데 최근 알려졌듯이 대투운용의 지분 51%가 UBS로 갈 경우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즉 대투증권-대투운용 그리고 하나은행간의 시너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도 향후 은행과 지주사의 몫으로 던져졌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