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블루오션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말하는 블루오션은 통상 우리가 생각하던 서로 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이 아닌 남이 생각하지 못한 틈새시장을 개척하자는 얘기였지요. 문득 그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 자산운용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슷한 경쟁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틈새를 찾는 것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금융감독원에서 27년, 자산운용협회에서 6년여, 무려 자신의 인생의 반을 금융시장과 함께 한 자산운용협회 이갑수 전무〈사진〉가 처음으로 말문을 뗀 이야기다.
이는 최근 적립식 펀드 열풍과 퇴직연금 도입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에 대한 업계 한 관계자의 걱정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수수료율과 아직도 자본잠식 등으로 허덕이고 있는 일부 운용사들을 감안하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그래도 이 전무는 예전과 비교할 때 너무나 높아진 자산운용업계의 위상을 생각하면 향후 미래도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제가 처음 협회에 들어올 때만 해도 자산운용업계는 금융권에서 거의 내놓은 자식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협회에 대한 인지도도 거의 전무한 상태였죠. 하지만 지금은 너무도 달라졌습니다. 자산운용업이 금융시장의 본령이라고 할 만큼 위상이 높아지면서 금융권의 현안에 대해 같이 협의하는 파트너가 된 것은 물론 어쩌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따라 이 전무도 날이 갈수록 바빠지고 있다. 각종 기업이나 단체에서 개최하는 세미나나 설명회, 포럼 등에 빠지지 않고 패널로서 초청받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하루에 외부회의만 4∼5번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그는 체력적인 한계보다는 한 분야에 정통할 수 없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러 주제에 대한 회의에 불려다니다 보면 업계의 다양한 이슈나 문제점에 대해 파악할 수는 있으나 실제로 어느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은 없습니다. 이에 대한 꾸준한 공부를 병행해야 하지만 시간상 어렵기 때문에 한 분야에 정통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죠.”
이처럼 늘 자신이 모자란다며 겸손을 잊지 않는 이 전무이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각 업권에 대한 규제부문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강한 어조를 띤다.
현재 펀드 형태를 띤 변액보험이 자산운용업계의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안전장치가 없이 운용되고 있으며 증권사들이 일임하고 있는 랩어카운트도 업무영역을 넘어선 상품이지만 특별히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동일한 산업에는 동일한 규정이 마련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한국적·금융업의 특수성 등의 이유로 무분별하게 운용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일부 타 업권에선 자산운용업계의 이기주의라 폄하하기도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투자자보호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현재 논의중인 금융통합법에 관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내년 5월이면 모든 임기가 끝나는 이갑수 전무. 앞으로 뭘 할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남은 기간 동안 현재 논란중인 업계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