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치자면 유아기는 진즉 지났고 소년기에 있는 가운데 성인으로 크기 위해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있는 형국이라 할만 하다.
산은경제연구소의 국내 기업금융 진화과정에 대한 좌표 해설(기업금융리뷰 7월호)을 참조하면 우리 은행산업의 IB분야는 초기단계를 빨리 연 편이다.
연구소는 또 자본시장의 발달 정도가 낮고 증권사 투자은행 업무 취약성에다 복잡·다양한 업무 성격상 5년 이상의 준비단계를 거쳐 투자은행 성숙기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의 의욕과 인적 물적 투자 기세를 보면 성숙기가 훨씬 앞당겨 질 것이란 기대를 품게 한다.
역량 강화에는 꾸준한 투자가 이뤄져 왔다. 우리은행 홍대희 IB사업단장은 “대형 시중은행들은 그간의 투자 노하우에다 그동안 다진 네트웍을 밑거름 삼아 본격적으로 업무와 공략시장 동시 확대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업무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기업금융수요가 창출 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 부분에도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현지 개발 사업에 발 맞춘 PF 강화에는 산업은행 뿐 아니라 국민, 신한·조흥, 우리 등 어느 은행 할 것 없이 경쟁적이다.
심지어 대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웍과 맞물린 M&A 수요를 타고 선진 투자은행 틈바구니에 껴서 업무역량을 흡수하려는 전략도 대형 시중은행들의 공통 비전이다.
원래 투자은행 업무 자체가 기업금융 진화과정에서 질적 진화가 이뤄진 것인 만큼 국내 대기업들이 자금 조달과 투자의 틀이 바뀌었고 여기에 적극 호응하려는 시중은행들의 이해가 새 수익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 될 것이다.
미국계가 대표적으로 지목되는 투자은행들의 오늘은, 70년대 중반 이후 업무 범위를 확대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IB성숙기는 30년 역사를 지닌 셈이다.
70년대 중반 당시 경제가 새로운 패턴으로 발전하고 전산화 및 국제적 거래·투자 본격화 등 금융환경 변화에 힘 입은 바 크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국내 은행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더욱 가질 만하다.
시중은행에겐 회사채 인수 등 증권시장 관련 업무 장벽이 아직 존재하고 있고 결코 단기간에 장벽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열려 있는 분야에서의 질적 발전에는 되레 유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 대형시중은행들의 업무 확대에 따라 앞으로 겪게 될 실패와 좌절은 국내 투자은행 분야의 성장을 위해 거치는 ‘통과의례’라 볼 수 있겠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