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쓰나미로 페허가된 상가들을 약탈하듯이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고객이 맡긴 돈을 훔쳐간거다. 법원은 금융회사를 약탈한 이들 범죄자들에게 고작 징역 2~3년에 집행유예 3~4년을 각각 선고했을 뿐이다.
금융기관의 오너가 법규를 어기고 고객이 맡긴 돈을 자기 앞으로 불법대출 받거나 유용하는 사고도 부지기수이다.
이 밖에도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수십억 원씩 횡령하는 일은 다반사이다. 어느 은행 직원은 은행돈 21억원을 훔쳤다. 또 다른 은행 지점장은 고객계좌에서 27억원을 빼돌리고 해외로 튀었다. 은행 측은 범행사실을 확인하고도 쉬쉬하다가 뒤늦게 들통이 났다. 드러난 사건만 해도 적지 않은데 실제로 금융기관의 내부직원들이 저지르는 배임, 횡령 등 범죄행위는 훨씬 많을 것이다.
최근에도 국민은행 과장 등이 850억원의 양도성정기예금증서(CD)를 가로채 현금으로 바꾼 뒤 해외로 도주한 사건이 벌어졌다. 무기명으로 발행되는 CD가 범죄에 취약한 점을 악용한 금융범죄다. 임직원에 의한 금융범죄가 더욱 교묘해지고 건수도 늘고 특히 규모가 대형화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시중은행 금융사고 금액은 2833억원에 달한다. 임직원의 배임, 횡령 등 사고 건수도 매년 300여건씩 발생한다. 이 같은 금융사고는 은행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증권, 보험, 신협, 저축은행, 캐피탈회사 등 모든 금융기관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늘날 일부 금융기관은 마치 언제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는 우범자들의 무법천지를 방불케 한다. 이제 우리가 믿고 돈을 맡길만한 금융기관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과거에는 우리사회에서 금융기관의 공신력이 상당히 높았다. 금융기관 직원들에 대한 대우나 사회적 위상도 매우 높았다. 그러나 요즈음엔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퇴출위험 속에서 한탕주의가 만연하면서 금융범죄도 빈발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너무 허술하고 범죄에 무방비 상태라는 점이다. 내부직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돈을 훔칠 수 있는 모양이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부실했던 영국 유수의 베어링 증권사도 직원 한 사람이 벌린 대규모 불법투기거래로 망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이러한 금융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내부통제를 강화해서 내부직원들이 범죄를 손쉽게 일으킬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범죄에 대한 감독책임이나 범인에 대한 처벌 및 피해액의 회수노력 등 사후처리도 강화해야한다.
금융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금융범죄에 대한 처벌이 무거울 뿐 아니라 상시감독체제가 정비되어 있고 내부통제도 확립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있고 고객이 안심하고 돈을 맡긴다.
우리 금융시장에서 금융감독이 허술한 것도 문제이다. 감독의 전문성도 결여되어 있다. 감독당국이 금융감독 보다 규제에 몰두하고 엉뚱한 일에 개입하다 보니 정작 감독은 부실하다. 그러다 보니 사고가 터졌다하면 대형사고가 된다.
또한 조직적이고 대형 금융사고일수록 죄의식이 둔감하고 정치적 사건으로 처리된다. 물론 외부감독으로 범죄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범죄에 대한 처벌 등 사후처리도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감독은 강화하되 금융규제는 완화하고 책임경영이 보다 확립되어야 한다. 규제만능의 관치금융 하에서 책임경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금감원은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서 금융기관 임직원의 내부고발제도를 확립하고 상호감시도 장려하고 있다. 또한 임직원의 과실과 부주의에 따른 각종 손실을 배상하는 책임보험도 의무화한다. 범죄 방지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은 마땅히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업윤리와 책임의식이 확립되어야 한다. 은행직원은 선의의 관리자로서 고객이 맡긴 돈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고객의 돈을 제멋대로 빼내고 유용해서는 않된다.
또한 은행의 노조가 툭하면 총파업을 벌이고 구조조정을 저지하는 행태나 공적자금으로 구제받은 은행이 방만하게 경영하는 것도 고객의 돈을 축내기는 마찬가지이다. 부실경영의 책임이 무책임한 경영진과 관치금융을 해온 정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언필층 글로벌리제이션 하에서 국경 없는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국내에 외국금융기관들이 자유롭게 진출해서 국내은행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 우리 금융기관들은 금융사고를 줄이고 들끓는 안도둑들로부터 은행과 고객을 보호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많은 고객을 외국금융기관에 빼앗기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