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세계 최대의 예금금융기관인 일본우정공사 민영화를 둘러싸고 전개됐던 `우정 파동` 이 `총선`이라는 정치 공백 사태로 비화됐다. 동시에 정치공백에 따른 혼란으로 인해 연금제도 개혁과 소비세 인상 등의 개혁정책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일부에서는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일본 경제가 또다시 불확실성에 처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의 승부수
이날 참의원 찬반투표에서 `우정 민영화 법안`이 찬성 108표 대 반대 125표로 부결되자, 고이즈미는 곧바로 중의원 해산과 함께 오는 9월11일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고이즈미로서는 자신이 10년넘게 주창해온 우정공사 민영화 개혁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함과 동시에 정치적으로도 집권 자민당내 보수세력들에게 절대 굴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우정공사 민영화 작업이 실패할 경우, 연금제도 개혁과 소비세 인상 등 고이즈미 내각이 추진하고 있는 3개 개혁정책의 성공 여부도 자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이즈미로서는 총선을 통해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우정사업 민영화`란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 1992년 우정상 재직시절부터 추진해온 과제로, 우정공사를 2007년 4월부터 우편저금·간이보험·우편배달사업, 우체국 관리 등 4개 회사로 쪼개 민영화하는 작업을 말한다. 2017년 3월말까지 저금ㆍ보험의 금융 2사에 대한 정부관여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치가 경제회복·개혁정책 발목`
우정공사 민영화 실패는 그 자체로서는 정치 대 경제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자민당 내 보수파들은 우정공사 민영화로 인해 수십만명의 유권자를 잃을 수 있다고 민영화에 난색을 표시해왔다.
또 350조엔(3조 1000억달러)의 예금자산을 가진 세계 최대 금융기관인 우정공사는 동시에 140조엔에 달하는 정부채무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선거때마다 도로건설 등 인프라 건설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남발한 탓이다.
이 때문에 고이즈미는 공룡처럼 비대해진 우정공사를 민영화해 경쟁 체제로 변화시켜야만 일본 경제가 활력을 찾을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렇지만 집권 자민당 입장에서는 우정공사 민영화로 인해 27만1368명(2004년 4월1일기준)의 유권자를 잃을 수 있고, 주요 국책사업에 중요한 재원 역할을 해왔던 우정공사가 민영화될 경우 농민층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동시에 우정공사 민영화는 보수적 관료들과 개혁정책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우정 민영화 법안` 부결이 소비진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연금제도 통합작업과 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 예산 확보를 위한 5% 소비세 인상작업의 연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시에테 제너랄 증권의 투자전략가인 키르비 달레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고이즈미 내각이 주도하고 있는 개혁 정책을 믿고 투자에 나섰다"며 "총선에서 집권 자민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정치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번 사태가 1990년이후 가장 활기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경기 회복 기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경제단체연합(JBP) 부회장은 "우리는 지금 경제가 올바른 기조를 찾아가기 위해 노력중인 매우 중요한 위치에 서있다"며 "정치적인 `공백`은 이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일본경단련 회장인 오쿠다 히로시는 "기업들과 개인들, 업계 단체들 모두 코이즈미의 법안 통과 노력에 강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시장 불안감 여전
`우정 민영화 법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된 직후 금융시장은 주가가 하락하고 엔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요동을 쳤다. 지난주에도 `우정 민영화 법안` 부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엔화가 주요국 통화에 약세를 보이며 국채 가격은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우정 민영화 법안` 부결로 인해 일본 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소시에테 제너랄의 달레이는 "참의원 표결에서 `우정 민영화 법안`이 부결됐다는 것이 일본 경제 회복이 중단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문제는 이로 인해 일본 경제의 장기 성장활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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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