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신용관리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개인들은 저금리 하에서 금융기관 차입을 확대하고, 신용카드를 과다 발급받아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소비생활을 하다가 경기가 위축되자 대거 신용불량자로 전락되었다.
국내 신용불량자 수는 작년 여름 한 때 경제활동인구의 1/6에 해당하는 400만 명에 육박하였다가 배드뱅크 및 개인워크아웃 등 정부와 금융기관의 공동 노력에 의하여 감소세로 돌아섰다. 금년 초 신용불량자제도 자체가 폐지된 이후 더 이상 공식적인 신용불량자 수는 발표되지 않고 있으나 아직 여전히 많은 신용불량자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신용불량자 문제는 개인이나 국가 차원의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채무상환을 위한 범법행위, 자살 등 사회 문제까지도 야기하기 때문에 사전에 신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40대 이상 생계형 신용불량자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신용카드와 관련한 20, 30대 신용불량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은 신용교육의 시급성을 반증하고 있다.
두 번째, 외환위기 이후 나타난 급격한 금융환경 변화로서 노후소득보장 문제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급격한 출산율 저하 및 의학발달 등에 따른 수명 연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회구조에 있어서도 핵가족화 진전, 개인주의 확산,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노인부양 가족체제가 붕괴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년 취업난과 구조조정에 따른 비자발적인 조기퇴직이 일반화되면서 소득발생 기간이 큰 폭으로 축소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과 같은 공적 및 사적 연금시스템에 의한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절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즉, 노후생계 보호를 위한 사회복지 제도는 국민연금으로 한정될 만큼 공적 사회복지 여력이 부족하며, 그 마저도 그 역할이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퇴직금제도 또한 잦은 이직과 조기 퇴직, 중간 정산 등으로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매우 부족하며, 민간금융기관의 개인연금은 점차 주목을 받고는 있으나 아직 초기 단계이다.
세 번째로 외환위기 이후 자산관리 및 운용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구조 자체가 성숙되고, 선진화되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에서 소득세와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실효금리는 마이너스 상태이다.
이에 따라 예금이자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자 소득자, 특히 노령 이자소득자의 경우 그 생활이 극히 어려워지고 있다. 저금리임에도 불구하고 주가, 환율 등의 급등락이 심화됨에 따라 가계가 단독으로 금리 이외 다양한 투자 대상에 접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동안 안전하면서 ‘不敗’의 신화를 보여주었던 부동산마저 이제 상당히 위험한 자산이 되어 버렸다. 대부분 투자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투자에 대한 확실한 목표와 장기 계획이 없고, 투자의 기본 또는 투자에 대한 철학이 없어 실패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우리의 금융생활 환경이 구조적으로 급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적응 능력 미비로 개인의 생활이 점점 불안해지고, 이는 국가경제의 안정적 성장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적절한 금융교육이 매우 중요해졌으나 그 동안 학교나 가정에서의 금융교육이 상당히 미흡하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 젖어 있는 국내 초·중·고 학생들의 금융 이해력(Financial Literacy)은 거의 낙제 수준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청소년 금융교실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이 강조되고는 있으나 아직 초보적이고 그 내용 또한 충분치 않다.
이러한 국내 입시교육 현실에서 금융교육은 오히려 사회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는 대학교에서 제공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학생 시기는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지만 소비영역에서 거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시기이며, 소비지출액도 비교적 크며 소비와 관련된 자발적인 경험을 본격적으로 쌓게 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 취업을 하고 독립된 경제단위로 활동하게 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대학교는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금융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학(화폐금융론), 경영학(재무관리) 등이 있지만 지나치게 이론적이고 비현실적인 내용도 많아 전공과 관련되지 않은 학생들이 수강하기에 부담이 크다.
이러한 과목들은 주로 이론위주의 내용으로 구성되다 보니 신용카드, 주식투자, 세금, 주택구입 등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 나오면서 부딪히게 되는 실생활에 밀접한 내용들은 거의 배울 기회가 없다.
한편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비전공 금융관련 책 등은 대부분 방향성 없이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올바른 금융교육과 가치관 정립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경제신문이나 일반신문의 경제섹션 조차 재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경제나 금융문제에 있어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이야말로 대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사회로 진출하기에 앞서 건전한 인생계획의 설계와 이에 맞추어진 금융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적절한 금융교육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으로 생각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