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나금융그룹은 금융지주사 설립에 한창인데 최종 인가를 받으려면 금감원 종합평가등급이 2등급이상이라야 한다.
만에 하나 이번 검사 전까지 받고 있던 3등급에 머무르면 지주사 설립 과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15일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받아온 하나은행은 카멜스(CAMELS) 평가항목 중 내부통제 부문이 포함되는 ‘경영관리 적정성’(Management) 부문에서 그리 좋지 않은 반응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옛 서울은행과 합병한 뒤 크고 작은 금융사고들이 잦았던 데다 내부통제시스템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단자회사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다보니 시스템의 정교함과 세밀함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다소 뒤진 게 사실”이라며 “특히 내부통제시스템은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하나은행은 서울은행과 합병하기 직전까지 경영평가 등급 2등급을 부여받았었다.
그러나 서울은행을 합병하면서 지난 2003년 6월말 기준으로 3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같은 해 3월 SK네트웍스 사태가 터진 것이 등급 하향에 결정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은 올 하반기 지주사 설립을 계획하고 있으며 지주사 설립 최종인가를 따내려면 경영평가등급 2등급 이상은 필수적이다.
현재 2등급인 은행은 신한 우리 대구 부산 수출입 등 5곳에 불과하다.
금감원은 은행 종합검사를 통해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경영관리적정성 △수익성 △유동성 △시장리스크 등 6개 분야 머릿글자를 딴 CAMELS방식의 경영실태평가 방식을 지난 96년부터 매도입 운영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계량지표 15개와 비계량지표 39개를 점검하게 된다.
금융계 일각에선 하나은행이 이번 검사에서 경영관리적정성 부문에 해당하는 내부통제와 관련한 실태가 안 좋게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번 검사에서 일부 은행 임직원의 내부자거래 포착설도 나돌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무혐의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으나 사실이라면 하나은행엔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금융계와 하나은행에선 자본적정성을 비롯해 자산건전성, 수익성 등 대부분의 지표가 뛰어나기 때문에 2등급 이상 판정에 별 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금융계에 따르면 과거 국민은행이 자산건전성 항목에서 4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종합평가 등급에도 타격을 입었던 전례가 있다. 6개 분야 가운데 한 분야의 부정적 평가가 클 경우 종합평가등급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2등급 이상을 낙관하는 이들은 여신심사 능력, 사후관리 능력 등 비계량지표에서 후한 점수를 얻을 가능성을 높게보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비계량지표 등도 함께 본 뒤 최종 평가를 하겠지만 설사 2등급이 안되더라도 극히 부분적인 보완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의 길이 있는 등 지주사 인가에 부담이 될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이순철 감사는 “내부통제의 결과로 나오는 게 수익인데 그렇게 안 좋다면 이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었겠느냐”며 “금융사고가 조금 있었지만 평가등급에 악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