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45명의 은행 임직원에 대해 제재조치를 내렸으며 이중 조흥은행과 우리은행 직원 6명에 대해선 해임권고라는 최고 수위의 제재를 가했다.
이에 당시 우리은행은 인사위원회를 열고 면직조치를 내렸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금융감독당국과 은행이 ‘희생양 만들기’에 동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당국과 은행의 제재조치에 대한 신뢰성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점쳐진다.
◇ 면직 은행원 대법원 ‘승소’…복직 움직임=지난 2003년 5월 당시 우리은행 부전동 업무팀장을 맡았던 최모씨는 쌍용 부산지점 무역금융 사기사건으로 인해 은행으로부터 징계면직을 당했다.
이후 은행(당시 이덕훈 은행장)에 대해 ‘징계면직처분무효소송’을 진행해왔으며 1심 승소 후 은행이 서울고등법원에 낸 항소가 기각되고 지난 5월에는 대법원 상고까지 기각 당하면서 결과적으로 최씨의 승리로 돌아갔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외국환업무 메뉴얼, 기업영업본부 운영지침 등의 규정을 볼 때 당시 업무팀장이었던 최씨가 그 절차와 관련해 은행의 업무처리지침을 위반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감독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징계사유 역시 최씨가 감독의무를 소홀히 한데 대해 어떠한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면직처분 사유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 무효 판결을 내렸다.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이같은 판결에 나란히 손을 들어줬고 은행은 결국 패소한 것이다.
◇ “금융당국 주연·은행 조연의 희생양 만들기”=이번 일 처리 과정에서 은행의 대응은 아쉬움을 준다.
지난 2003년 1월 금감위의 제재조치가 발표되고 4월 은행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면직을 결정했으며 다음달인 5월 최씨에게 통보했다.
물론 당시 인사위원회가 금감위 제재 결정이 끝난 사안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은 감안할만한 형편일 수 있다. 하지만 은행 스스로가 직원의 잘잘못을 면밀하게 따져 합리적인 징계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능동적 역할을 못한 것은 비판의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은행 한 관계자는 “어차피 당국의 조치를 따르게 되는 상황에서 은행의 인사위원회는 형식적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냐”고도 토로했다.
이번 소송에 이겨 복직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그동안 최씨가 입었던 물질적 정신적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는 데에 누구나 공감한다. 은행에서 복직을 시켜줄 가능성은 높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임금은 물론이고 승진, 그리고 자녀학자금 등 후생과 같은 부문의 보전문제 뿐 아니라 본인과 그 가족들의 고통 역시 쉽게 치유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감독당국은 금융회사를 감독·검사하고 위법한 사실이 있으면 징계하는 권한이 있지만 결국 실질적인 집행책임은 은행에 있다”며 “은행이 잘못해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복직 등 최대한 빨리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 제재조치 신뢰성에 타격=은행과 함께 징계에 있어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감독당국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당시 금융사고 등의 징계수위와 관련해 물론 최종적인 조치는 은행이 하겠지만 감독당국은 은행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형태였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감사도 “당국은 징계 때 ‘주의적경고 상당’등의 표현을 사용하는데 은행은 그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어 거의 그대로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징계에 해당하는 이번 사안과 같은 경우 감독당국이 좀 더 신중하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할 수 있다. 작은 돌멩이 하나에 개구리는 생명을 잃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조흥은행 자금결제실 직원의 횡령사고 등의 징계를 남겨두고 있어 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같은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