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주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각 은행의 담당 부행장들을 은행회관으로 불러 들여 이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기술신보의 보증사고가 늘어나고 채권담보부증권(프라이머리CBO) 부실로 오는 6월부터는 유동성 위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이에 따라 달마다 기술신보에 내는 출연금을 오는 2006년 상반기 분까지 1년치를 한 두 차례에 걸쳐 미리 내 달라는 주문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내부적인 검토에 착수했으며, 반응은 제각각 이다.
각 은행들은 매달 대출평균잔액의 0.3%를 출연료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보에 내야 한다.
이중 0.2%는 신보에 0.1%는 기술신보에 낸다.
지난해 기술신보가 은행들로부터 받은 출연료는 총 2281억원에 이른다.
각 은행들이 1년치를 한꺼번에 낼 경우 각 은행별로 적게는 100∼200억원, 많게는 300∼400억원에 이르는 돈이 집행될 것으로 은행 관계자는 추산했다.
일부 은행 관계자들은 “어차피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 이었다”며 담담한 표정인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또 은행을 옥죄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국내 대형시중은행인 A은행 한 관계자는 “어차피 낼 것, 조금 앞당겨서 낸다고 생각하면 별 문제없다”며 “나중에 차액을 추가로 정산해주기 때문에 금전적인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앞으로 기술신보가 적자가 발생해 중소기업 보증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중소기업지원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의 방침을 따르자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B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출연금을 미리 받는다고 원천적인 문제 해결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기술신보가 얼마간의 시간을 버는 정도 아니겠냐”고 말했다.
C은행 한 관계자는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대출 평잔을 예상해 출연금을 내야 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된다”며 “최근 국세청과의 세금문제에다 이 건까지 겹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은행 관계자들은 출연금을 선납한다고 해서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보가 초과 지급분을 돌려 주는데다 출연금을 한꺼번에 내면 그만큼의 운용기회를 잃는 기회비용의 문제도 보전해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