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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이야기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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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5-04-27 21:19

이재웅 성균관대학교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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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신용카드를 소지하는 것은 일종의 신분의 상징이었다. 그만큼 신용카드는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만 허용된 결제수단이었다.

그 후 신용카드의 보급은 점차 확대되었다. 그렇더라도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상당기간 자신의 신용을 쌓아야 한다. 흔히 동내 주유소, 수퍼 등에서 좋은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전화료 등 공과금을 연체 없이 잘 내온 실적이 있어야 한다.

이런 거래실적이 어느 정도 쌓이면 백화점카드가 발급되고, 그러고도 마스터카드나 비자카드와 같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상당한 기간 더욱 높은 신용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그 흔한 신용카드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은 뿐 아니라 카드발급 제도에도 큰 차이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신용카드를 남발해서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카드사의 경영부실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실제로 2000년~2002년은 신용카드의 “남발시대”였다면 2003년~2004년은 “카드대란“ 시대였다. 당시에 국내에서 신용카드가 1억장 이상 발행되었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 1인당 평균 너 댓 장씩 신용카드가 발급된 셈이다. 카드사들은 판촉경쟁을 벌이면서 미성년자, 학생, 실업자 등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했다. 신용카드가 은행거래나 신용거래가 어려운 서민들의 급전조달 수단이 되고 신용불량자의 “돌려막기” 수단이 된 것은 이때부터다.

신용카드는 소지자에게 일정한도까지 무담보, 무보증 대출을 허용하는 결제수단이다. 따라서 신용카드가 신용상태가 좋은 고객에게 발급되면 금융편의와 신용거래가 확대되지만 신불자에게 발급될 경우 신용카드의 부실화가 금융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저축은행이 취급해온 소액신용대출인데 3백만원 한도에 무보증, 무담보 대출이다. 신청만하면 서민들에게 무조건 신용대출이 나가는 셈인데 그 결과 60% 이상이 연체 내지 부실화되어서 저축은행의 경영악화 요인이 되고 있다.

신용상태가 불확실한 사람에게 신용대출을 해주어서는 안된다는 간단한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정부는 왜 신용카드의 남발을 장려했으며 민간금융기관인 카드사들은 왜 무분별한 카드발급으로 화답했는지 궁금하다.

당시에 국민의 정부는 IMF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를 해소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 정책은 통화증발, 재정지출 등 거시경제정책으로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용카드를 이런 목적에 활용했다는 것은 대단한 정책혁신이라고 하겠다.

사실상 DJ정권은 신용카드 남발을 통해서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 선별적으로 발급하던 결제수단을 신용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서민 및 신용불량자에게 발급했다. 다시 말해서 신용카드의 대중화(大衆化) 내지 평준화를 추구한 것이다. 신용카드는 더 이상 금융제도라기 보다 서민에게 베푸는 일종의 복지혜택 내지 분배정책수단이었던 것 같다.

그 결과 대규모 신용카드 부실화와 신용불량자의 양산을 초래했다. 신불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신용사면 등 잦은 신불자 구제조치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일부 신불자들 간에는 부채상환 노력을 아예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으나 정부는 이를 거의 방치했다.

한편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신용카드 남발은 과당경쟁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다양한 금융기관과 금융상품 중에 왜 신용카드만이 과당경쟁을 벌였는지를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한 논리이다.

2001년을 전후해서 카드발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이것은 거리모집과 깊은 관계가 있다. 한 개의 신용카드가 무분별하게 발급될 경우 이에 따르는 카드사용금액이 연체되고 부실자산이 되는 데에는 적어도 3~6개월이 걸린다. 그동안에 또 몇 장의 카드를 발급하면 카드사는 부실여신 비율이 악화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이런 조작이 계속되는 동안 신용카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신불자도 양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카드발급은 무제한 늘어날 수 없고 부실여신은 눈 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카드사의 경영부실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전형적인 폰지.스킴(Ponzi scheme) 즉 다단계식 사기수법의 일종이다.

신용카드 남발에 따른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은 정치논리에 따라 신용카드의 대중화를 추진한 대중영합적인 정권과 금융사기를 자행한 카드사들의 합작품이라고 하겠다. 최근에 신용카드업계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부실여신이 줄어들면서 경영정상화의 기미를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대중영합적인 정치 목적으로 정부가 금융시장에 개입하면 언제라도 금융위기는 재발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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