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Ⅱ를 추진하는 감독당국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은행들은 계속해서 객관식이라도 달라고 하지만 감독당국은 서술형을 강조하고 있다.
바젤Ⅱ 추진을 위한 기준안을 놓고 벌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은행도 감독당국도 바젤Ⅱ를 처음 추진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속시원한 답을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우선 은행 입장에서 보자. 은행에서 바젤Ⅱ 추진은 전 부서, 조직 그리고 모든 시스템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일개 팀에서 전 부서를 이끌어 가는데엔 힘이 역부족일 수 있다. 경영진이 바젤Ⅱ에 대한 의지가 남달라 특별히 힘을 실어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경우 감독기관의 확실한 공문이 있으면 의사결정 등의 일처리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외국에서 바젤Ⅱ와 관련된 일부 의사결정에 대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이유중 하나도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선도은행의 문제도 있다. 바젤Ⅱ를 가장 앞서 준비하는 은행의 경우 세부 기준안 없이 진행하다 결과적으로 감독기관의 지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나중에 나온 세부안에 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자칫 시장에 먼저 진입한 것이 중복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반면 감독기관 입장에서는 은행 환경이 제각기 다른 상황에서 일일이 세부안을 마련하는 것도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술형을 강조하는 것도 큰 틀 안에서 각 은행 상황에 맞게 추진하면 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바젤Ⅱ 진행상황은 아시아·태평양지역 가운데서 가장 빠른 축에 속하는데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아직 자기자본산출 기준안도 나오지 않았다는 게 감독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오는 2007년말 국내에서 바젤Ⅱ가 성공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라도 은행과 감독기관이 더 이상 서로에게 짐을 떠넘길게 아니라 은행은 자체적으로 경영진 차원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감독당국도 어차피 만들 세부기준이라면 하루빨리 만드는 게 서로에게 도움될 일이다.
특히 바젤Ⅱ는 더 이상 리스크관리본부만의 사업이 아니라 은행의 CFO, COO, CTO, CIO 모두의 사업이다. ‘미지수 X’를 사용해 이들을 모두 칭하는 ‘CXO’라는 신조어가 있다. 바젤Ⅱ는 그야말로 CXO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