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간 선의의 경쟁은 온 데 간 데 없이 단절의 골이 깊어지면 경쟁력이 훼손되기 십상이기 때문.
일부 은행에서는 사업본부간에 협조가 이뤄질 경우 평가치에 반영해 주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다만 아직은 결함 보완 노력이 구체화되지 못해 본부간 이기주의를 걷어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우리 국민 하나 조흥 등 대부분의 은행이 사업본부제의 문제점을 통감하고 나름대로 평가제도를 개선하거나 본부간 조정자 역할을 하는 부서를 두는 등의 변화가 본격화 되고 있다.
◇ 외환위기 직후 도입, 한계 노출 = 사업본부제는 외환위기 직후 주로 영미계 컨설팅사의 자문결과에 따라 고객별로 사업부를 나누면서 뿌리내린 일천한 문화다. 각 사업본부별로 목표부여 및 평가를 하느라 본부간 단절이 심화되거나 극단적인 경우 사업부 이기주의로 충돌을 빚기도 했다는게 금융계의 한결 같은 지적이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지난 3월부터 기업본부에서 중소기업·대기업 등 기업의 사장이나 임원 등을 PB본부에 소개시켜주면 기업본부의 직원들에게 평가 가점을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 같으면 PB본부만의 실적으로 둔갑했겠지만 연결시켜 준 기업본부 직원들에게도 우대 평가해 줌으로써 협력을 유도하려는 조치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사업본부의 경우 해당 본부의 평가에 득이 되는 영업만 하게 되는데 이런 제도를 통해 각 본부간 시너지를 일으키고 본부간 단절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제도는 더블카운팅의 일환이다. 더블카운팅은 은행 수익이 100이라고 할 때 각 사업본부의 수익을 100대 100의 비율로 나누는 방식이다.
◇ 은행마다 시너지효과 위해 보완 안간힘 = 조흥은행도 지난해 4분기부터 단순 소개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본부끼리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한 IB, 부동산PF, ABS(자산유동화) 등의 업무에 더블카운팅을 도입했다.
올해부터는 더블카운팅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영업점과 협의해 목표 기준안들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경영기획본부에서 사업본부간 업무를 조정하거나 충돌을 방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또 시너지마케팅 부서를 두고 사업부간 상품 조정을 한다.
신탁사업단의 경우엔 업무 자체가 독자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부서여서 영업점과 더블카운팅을 하고 있다.
또 개인, 기업, 기관 등을 아우를 수 있는 복합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별도 팀도 구상중에 있다.
하나은행도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여러 개의 본부를 그룹별로 묶어 협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기업금융그룹에 투자은행본부를, 가계금융그룹에 카드사업부를, 에셋매니지먼트그룹에 법인영업본부를 묶은 것도 같은 이유다.
기존엔 본부를 지나치게 세분화 해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으나 그룹을 광역화함으로써 일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더블카운팅 주목 속 다양한 시도 이어질 듯 = 그러나 이 경우 각 그룹간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도 지난주 워크숍을 통해 채널 및 사업부 이기주의를 초월한 전행적인 이익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으며 강정원 행장 또한 이 부문에 대해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관리회계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사업본부간 이기주의를 해소하는 시스템을 마련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은행이 사업본부제를 보완하기 위해 더블카운팅을 도입하고 있으나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은행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선 은행장의 강력한 의지로 성과평가에 적극 반영을 하는게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더블카운팅의 경우 A라는 사업이 B, C사업부와 관련됐다면 이들 사업부간에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더블카운팅을 하느냐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본부는 본부별로 목표를 부여받기 때문에 어느 본부 고객이냐가 매우 민감해 본부간 협조가 쉽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