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임원 혹은 씨티 서울지점의 임원들이 대거 통합 한국씨티은행의 임원으로 포진했다. 하지만 소규모 브랜치가 아닌 전국적 영업망을 거느린 시중은행에서 리더쉽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씨티그룹 뉴욕 본사를 정점으로 한 의사결정체계 등이 토착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브랜치와 현지법인은 엄연히 달라”= 이에 따라 외국계은행 서울지점과 국내 은행을 통합해 현지법인으로 출범하게 되는 제일은행과 견주어 누가 더 빨리 토착화를 일궈 내느냐가 이들 외국계 현지법인의 성공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씨티그룹은 여신, 리스크관리, 컴플라이언스 등 업무에 대한 규정 및 권한과 책임 등이 잘 정리돼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가 잘 돼 있어 모든 업무처리가 유기적 시스템으로 소화된다.
이에 따라 각 국의 지점은 본사의 규정에 따라 영업한다. 그렇다 보니 지점인력들이 현지법인을 경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씨티 서울지점의 경우 비즈니스 측면에서 뛰어났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점일 때는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본점의 기능에 대해선 잘 몰라 실무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실제 지점에서는 리스크관리, 기획 등의 기능을 하지 않는데다 정책적인 측면은 다루지 않는다. 이런 시스템에 익숙한 씨티 브랜치 출신의 임원들이 현지법인에서의 정책 및 의사결정에서는 서투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씨티의 모든 것은 ‘뉴욕’에서 나온다= 씨티그룹의 정책방향, 규정입안, 상품개발 등 중요한 의사결정은 뉴욕 본사에서 이뤄진다.
그 결과 한국씨티은행 본점-영업점-감독당국-뉴욕 본사 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영업점에서 본점에 문의를 해도 명확한 답변을 구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마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씨티엔 직접 해당 정책을 입안한 사람이 없는 경우다. 본점과 뉴욕 본사간에 커뮤니케이션도 쉽지 않다고 씨티은행 실무 관계자들은 말한다. 본점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임원들이 씨티 브랜치 출신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이들이 현지 실무를 정확히 파악해 뉴욕 본사에 전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그동안 씨티 서울지점의 모든 상품은 뉴욕에서 만들었으며 지점은 이 상품을 가져다 파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기존 한미에서 팔고 있던 상품에 대해선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야 할지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씨티은행 한 관계자는 “국내 현지법인의 특성을 이해 못하는 외국인 혹은 브랜치 출신의 임원들로 경영진이 구성됨에 따라 토착화 및 조직 통합 등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싱싱한 소나무에 사뿐히 앉은 ‘씨티그룹’
복원된 청계천의 랜드마크를 노리는 한국씨티은행 본점은 소나무 조경이 어우러진다. 재선충이 창궐하고 산불로 한국인에게 그지 없이 친숙한 소나무의 소중함이 부각되는 요즘 은행 앞 싱싱한 소나무는 오늘도 가지를 뻗어 씨티그룹 로고를 가지런히 받치고 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