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수수료 부과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일부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조정해 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각 은행들은 수수료 인하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 왔다.
수수료를 인하하자니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은데 그렇다고 인하 요청을 모른 체 하자니 여론이나 감독당국의 서슬이 여간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따져보고 있다.
◇ 수용가능 범위 저울질 = 은행들은 최근 금감원의 은행 수수료 인하 유도 방침 발표 이후 곧바로 영향 분석에 들어가는 등 검토작업에 한창이다.
금감원은 △영업시간 이후 자기 은행 자동현금지급기(ATM) 현금 인출 때 수수료 부과 시점을 기존 오후 5시에서 6시 이후로 늦추는 방안 △자동 현금지급기 타행 송금 수수료 인하 △타 은행 타지 발행 자기앞 수표 추심수수료 폐지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세가지 방안을 놓고 원가 산정 및 영향분석, 수용가능한 범위 등을 검토중이다.
이중 타지 발행 자기앞수표 관련 수수료는 이미 대부분의 은행이 받지 않고 있어 폐지해도 은행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수수료부과 시점 연장이나 ATM 타행 송금수수료 인하 등의 문제는 은행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A은행 한 관계자는 “특히 CD·ATM기를 많이 배치해 둔 국민·우리 등의 은행들은 감독원의 지침을 그대로 수용하면 수익 감소 부담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고도 추정했다.
국민은행은 ATM기 만 무려 8200여개이고 CD기는 823개에 이른다. 특히 무인점포 등은 임대비, 기기임차료 등 그 운영비가 만만치 않아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보다 규모가 작은 B은행의 경우 수수료 부과시간을 5시에서 6시로 늦출 때 하루에 무려 6∼7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국민, 우리은행의 손실은 이보다 더욱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 국민은행 신호탄 쏘면 어떻게 뒤따를까 = 이렇다 보니 은행들마다 내부 검토만 거듭할 뿐 수용범위 등을 놓고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수익 감소폭을 최소화하면서 고객들이 체감하는 수혜폭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서도 “구체화하는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털어놓았다.
조흥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신한은행과 대부분의 수수료체계가 통합돼 같이 논의해야겠지만 수익감소가 은행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이번 주초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해서 각 은행들이 순차적으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국 국민은행이 이번 주초 발표를 하면 다른 대형 시중은행들이 이 은행 결정을 기준 삼아 곧 이어 결정을 내리는 양상이 예상된다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 금감원, 2·3탄도 준비중? = 그러나 이번 수수료 인하 권고는 시작에 불과해 은행들의 주름살은 늘어날 전망이다.
금감원은 앞으로도 소비자 권익을 늘리면서 은행이 수용하기 쉬운 분야를 골라 수수료 추가 인하를 유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것은 은행 담당부서장들과 합의한 내용이지만 앞으로 할 부분에 대해서는 당장은 합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방향 또는 폭을 결정하진 않았지만 추가 인하권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특히 은행 수수료 문제를 놓고 서울대학교에 연구용역을 맡겨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 구상을 갖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인하의 수위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조만간 합리적인 수수료 책정을 위해 은행들이 외부전문가에 의뢰해 수수료 원가산정 표준안을 마련하고 원가계산시스템에 대해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실시하도록 유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은행들의 고객 수수료 현황>
(일반고객 기준, 원)
* 괄호 안은 영업시간 외 수수료<자료 : 은행연합회>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