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은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이와 동시에 개인영업추진부 내 신규고객영업팀을 신설했다. 이미 희망퇴직 접수가 마감된 바로 다음날 100명이 넘는 직원이 이 팀으로 발령났다.
조흥은행은 이 팀의 팀원들을 월단위로 평가하며 목표달성도에 따라 A∼E등급으로 점수를 매긴다. 이렇게 매겨진 평가결과에 따라 2회연속 D등급 이하를 받은 직원, 3회 평가결과 평균점수 D등급 이하를 받은 직원들을 ‘대기발령’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초 대기발령 기간은 6개월 이내며, 업무복귀 후 1개월 평가결과 D등급 이하일 경우 인사위원회 부의를 거쳐 ‘명령휴직’ (6개월 이내)발령을 낼 수 있다는 운영방향을 정했다. 또 명령휴직 기간이 끝난 후 복직명령이 없을 경우엔 ‘당연퇴직’ 된다.
이같은 팀은 외환은행이 지난해 명예퇴직을 진행하면서 만들어냈던 ‘특수영업팀’과도 여러모로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외환은행도 지난해 희망퇴직이 끝난 후 ‘특수영업팀’을 만들었으며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총 203명을 발령냈다. 외환은행은 이들에게 과도한 목표치를 할당해 영업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3개월 단위로 평가를 하지만 급여삭감은 없다.
조흥은행의 경우 대기발령을 받으면 급여의 50%, 명령휴직의 경우 급여의 40%만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규고객영업팀이나 특수영업팀 모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치를 부여하거나 혹은 인사상 불이익을 줘 퇴직을 종용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게 노조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조흥은행 노조 김수정 정책부장은 “은행측은 발령이후 아직까지도 이들을 대상으로 퇴직을 종용하고 있다”며 “2~3일만에 벌써 10여명이 퇴직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형태로 운영되는 팀의 경우 노동관계법상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은 단기실적이 안 좋다는 이유만으로 직원에게 명령휴직을 낼 수 없도록 돼 있다”며 근로기준법 제30조를 근거로 들었다. 근로기준법 30조에선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명시돼있다.
또 대기발령에 이은 당연퇴직 처리는 실질상 해고에 해당하고 이 역시 근로기준법에 제한을 받는다는 판례도 제시했다. 이와 관련 노무사 L씨는 “직원들에 대해 발령을 내는 데까지는 경영진의 인사권으로 볼 수 있다고 해도 일반 직원들과 차별적인 운영기준을 만들어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반드시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이유로 막상 외환은행의 특수영업팀도 경영진 입장에선 의도만큼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수영업팀을 신설·운영하긴 했지만 법적인 문제로 이 팀원들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 혹은 임금삭감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이들 팀원들에게 기존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 이 팀에 발령난 직원들 중 부점장급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은행 입장에선 비용 절감도, 그렇다고 은행 영업에도 큰 보탬이 되지 못하는 등 팀 운영으로 인한 실효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이 은행 노조 관계자는 설명했다.
결국 조흥은행도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렇다보니 우리은행이 오는 3월부터 신인사제도를 도입하면서 직군을 부여받지 못한 직원을 대상으로 신설 운영할 예정인 ‘인력운영팀’의 진로 수정도 불가피한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외환은행 특수영업팀 발령자 203명이 이미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구제신청을 냈으며 오는 3월9일 심문이 있을 예정이다. 조흥은행 노조도 현재 부당전보자들과 함께 구제신청을 낼 계획이다.
이와 관련 조흥은행 고위 관계자는 “조직배치나 인적자원 활용 등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며 “적재적소에서 생산성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한 경영진의 노력으로 본다”고 반박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