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손실률에 따른 충당금 적립을 위해 필요한 ‘부도의 정의’ 및 LGD(부도시 손실율), EAD(부도시 여신잔액)의 산출기준 등이 바젤Ⅱ에서 제시한 기준안과 충돌됨에 따라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은행 실무진들은 입을 모았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감독국내의 경영지도팀에서는 각 은행들에게 예상손실률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을 위한 추진계획서를 지난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손충당금 적립을 위해 필요한 기준들의 산출과정에서 일부 요건들이 신BIS실에서 마련한 자기자본산출기준(안)과 충돌돼 은행 실무진들 사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경영지도팀의 기준을 따를 경우 국제적인 비즈니스를 하려는 은행은 바젤Ⅱ에 따른 시스템 및 프로세스를 별도로 가져가는 등의 중복투자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상손실률을 추정하기 위해선 부도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하는데 이에 대해 경영지도팀은 무수익성여신의 기준을 따른다고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수익성 여신은 규정상으로는 원리금 연체 90일 초과이지만 감독당국의 감독이나 경영지도를 통해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원금연체 90일에, 이자연체 120일을 적용하고 있다고 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바젤Ⅱ 기준에서 ‘부도의 정의’는 원금·이자 관계없이 90일을 초과한 연체가 해당된다.
이에 따라 충당금 모형을 만들거나 개인신용평가시스템에서 정상 및 부도차주를 분류할 때 원금, 이자 상관없이 90일 초과연체로 보고 모델을 개발한다.
반면 경영지도팀의 기준대로 할 경우 원금과 이자연체를 따로 분류한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또 이에 따라 LGD, EAD의 산출이 달라지고 개인신용평가시스템도 바젤Ⅱ 기준과는 달라지게된다.
A은행 관계자는 “동일한 건에 대해 전혀 다른 요건 맞추느라 두 개를 산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프로세스를 바꾸고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비용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B은행 관계자도 “바젤Ⅱ 도입이 국제기준으로 가려는 한 시도로 볼 때 그리고 국내 은행들도 점차 국제무대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만 적용되는 모델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토로했다.
은행권은 특히 외국계 은행은 물론이고 국내 은행들도 점차 외국 증시 등에 상장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외국 회계기준에 맞추는 작업 등을 하느라 2중 작업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고통이 가중된다고 호소한다.
반면 금감원 경영지도팀 한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적립을 위한 안들이 바젤Ⅱ의 기준들을 당연 위반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 바젤Ⅱ 기준은 아직 확정된게 아니다”라고 은행들과는 다른 주장을 펼쳤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에도 예상손실률에 따른 충당금 적립에 대한 시기 등을 놓고 은행감독국 경영지도팀과 회계감독국 소속 회계제도실과 다른 의견을 내놔 일선 은행들이 혼선을 빚은 바 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