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기침체가 계속되자, 제2의 벤처붐을 일으켜, 경기도 되살리고 고용도 늘리겠다며 지난해 말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이 나오자 코스닥에 등록된 창투사와 신기술사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며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환영해야 한 업계는 대단히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과거 멈출줄 모르던 영광을 누리다 최악의 불황도 경험했으니 정부의 말 한마디에 ‘혹’ 하는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할 것이다.
정부발표가 이어지자 마자 업계가 맨 먼저 한 것이 제도의 허점을 꼬집은 일이다.
벤처캐피탈의 자본금기준을 낮춘 것을 놓고 말이 많다. 위기에 처한 창투사야 감자를 통해 되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환영할 만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선두업체들은 불안한 표정들이다.
“시장을 건전하게 만들어야 할 시점에 부실 창투사가 되살아날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마냥 정부 지원에 의존하기 보다 “업계 스스로가 건전한 투자풍토를 만들기 위해 우량 회사위주로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요구인 것이다.
지원책이 나온 시기가 대규모 조합 만기를 앞둔 시점이어서 이 같은 비판을 재촉하고 있다. 100여개의 조합이 올해 만기가 도래하기 시작한다. 과거 99년 2000년 벤처붐에 편승해 이때 대거 결성된 것들이다.
그러나 이중 20~30개만 활동하고 나머지는 거의 투자를 포기한 상태다. 때문에 투자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해산시 주주들과 충돌장면이 충분히 예상된다. 주주들은 현금배당을 요구하고 돈이 없는 창투사들은 지급능력이 없기 때문에 현물배당을 주장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배당에 실패하거나 조합기간을 연장하는 데 실패한다면 해당 창투사는 영업을 관둬야 한다.
따라서 우량한 창투사 위주로 시장을 정돈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는 것이 업계가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으로 업계가 활력을 되찾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환영분위기에 들떠 시장질서를 선진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버린다는 것은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중기청이 내놓은 ‘상시평가체계’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내길 기대한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