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은행이란 점을 앞세우는 은행들도 외국인 지분율이 60∼70%대에 이르며, 주주들의 배당요구가 높아 단기성과에 함몰되게 하는 촉진제 역할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안정적으로 경영진을 뒷받침할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은행들의 경우 시장의 눈치를 보며 기업역량을 축낼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되곤 한다.
◇ 경영진 롱런 뒷받침할 대주주 없는 곳 적지 않다 = 지분이 잘 분산돼 있으면 대주주의 횡포나 이기주의를 막을 수 있어 긍정적이지만 지배주주는커녕 경영진 선임에 크게 입김을 불어 넣을 안정적 대주주가 없으면 중장기적인 전략 아래 경영의 연속성을 꾀하기 어렵다.
은행권 한 고위 인사는 “확실한 대주주가 없으면 시장의 눈치를 봐야하는게 사실”이라며 “경영진이 소신을 갖고 중장기 투자나 전략을 향해 조직 전반에 걸쳐 압박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5∼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투자는 더 심하다. 대주주가 명확하지 않은 은행의 경우 단기적으로 돈이 많이 들기 마련인 투자계획은 승인받기 어려워지기 십상이다. 결국 단기투자에 치중할 수밖에 없고 경영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극단적으론 적대적 M&A가 실제 일어나지 않더라도 그만큼의 위협은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일부 주주들이 연합하면 주주총회의 특정 안건들에 대해 일일이 반대하고 나선다거나 입맛에 따라 특정 이사들을 해임하는 데 주주권을 집중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계는 하나은행이 전략적 투자자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부담스런 요인들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지분을 오랫동안 꽉 붙들고 있을 법한 주주층이 두텁지가 않다”며 “너무 잘게 분산돼 있는 게 현 지분구조의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표2 참조〉
실제 초기 투자시점에서 10%를 갖고 있던 전략적 투자자인 알리안츠도 2003년말엔 8.16%로, 지난해 말엔 5.13%로 크게 줄였다. 또 동원도 최근 한국투자증권 인수과정에서 하나은행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4.92%(04. 9말)의 지분을 갖고 있는 동원은 이 지분을 시장에 내놓거나 혹은 특정 투자자에게 전량 팔더라도 하나은행엔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얼마 전 코오롱도 3.30%의 지분을 팔아 치웠다.
국내 시중은행 중 명확한 대주주가 없는 은행으로는 국민, 하나은행을 꼽는다. 우리금융은 현재 정부가 대주주인 셈이며 신한지주도 재일교포가 20%정도 포진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외국인 지분율 60∼70%대 = 하나은행 한 임원은 “현재 은행들은 성장추세에 있다”며 “외국인 주주들의 고배당 요구는 성장가도를 달리는데 제약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국민은행이 76.66%로 가장 높고 시중·지방은행 할 것 없이 50∼70%대에 이른다. 〈표1 참조〉
실제 국내은행들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2001년 이후 배당성향이 높아졌고 이에 따른 기본자본비율이 낮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대손충당금을 불충분하게 쌓고 배당성향이 높아짐에 따라 이익유보가 낮아져 국내은행의 자본안정성과 재무건전성을 저해하고 자금조달 코스트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고 우려한 바 있다.
최근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국민은행은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시중은행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을 무릅쓰고 5000억원대의 흑자 결산에 배당도 실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계 일각에선 이를 놓고 2년 연속 무배당에 따른 부담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시장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볼 때 대손충당금을 100%이상 쌓아 자산을 클린화한 다음 올해 들어 경기회복 바람의 탄력을 받고 ‘자산규모 효과’를 본격 발휘해도 충분하다고 지적해 왔다. 하지만 외국인 주주들의 배당요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라는게 금융계 일각의 분석이다.
한밭대 조복현 교수(경제학과)는 “외국인 주주들은 수익성을 높여 배당을 많이 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장기성과보다는 단기성과에 치우칠 수 있다”며 “이들이 실제 은행의 장기 성장 혹은 공공성을 얼마나 고려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도 주가가 정체돼 있는 하나은행도 주주들의 배당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는 마찬가지 상황이다.
<표 1>은행별 외국인 지분율
(단위 : %)
(2005.1.27 기준)자료 : 한국증권선물거래소
<표 2>국민·하나은행 주요주주 구성
(2004. 12말)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