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시중은행 관계자들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대형은행들은 신BIS협약(바젤Ⅱ) 도입을 제 때 하기 위해 이달초 신용리스크 측정방식 가운데 고급내부등급법 사전운영을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태론 이달 안에 착수할 수 있을지 조차 장담 못할 상황이다.
2007년말에 도입하려 했던 로드맵에 맞추려면 나중에 승인받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 등을 적시한 세부 기준이 필요한데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사전운영을 앞두고 혼선을 빚고 있는 셈이다.
은행권 일부 바젤Ⅱ 도입 추진 담당자들 사이에선 자칫 중복투자 및 재투자로 인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간간이 나온다. 지난해 말 무렵 금융감독원은 2007년말 바젤Ⅱ 도입 방침을 확정·발표했다. 이때 금감원은 신용리스크 측정방법 중 고급내부등급법을 도입하려는 은행은 바젤Ⅱ에 맞는 신용평가시스템을 ‘적용 전 3년간’ 사전 운영해야 한다는 바젤위원회의 권고를 다시 주지시켰다.
또 기본내부등급법은 ‘승인신청 전 2년간’ 사전운영 하도록 했다.
기본내부등급법은 여유가 있지만 고급내부등급법을 도입하려는 은행은 2007년말의 3년 전인 지난해 연말, 늦어도 2005년 1월부터는 사전운영을 해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고급법의 경우 표준방법이나, 기본법과 달리 국가재량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바젤위원회의 권고대로 무조건 적용 전 3년간 사전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고급법 적용을 위해 은행들이 감독당국으로부터 승인받을 수 있는 승인요건 등 세부적인 기준들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현재 국민, 우리 등 대형 시중은행들은 고급법 적용을 목표로 준비해 왔다. 당장 사전운영을 해야 때를 맞출 처지이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A은행 한 관계자는 “원칙대로라면 지난해에 이미 세부 기준안들을 제시해 주고 올 초부터 사전운영을 해서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B은행 바젤Ⅱ 담당 팀장은 “감독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내부등급법의 경우 어떻게 하면 승인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이 좀더 세밀하게 나와야 해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 신BIS연구실 임철순 팀장은 “사전운영이 처음부터 모든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춰 놓고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일단 핵심부문을 운영하면서 점차 보완해가는 형태”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고급법을 목표로 한 대형은행의 담당자들은 이 상태로는 향후 감독당국으로부터 승인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고급법을 준비하는 은행들은 기본법도 함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바젤Ⅱ 도입을 위한 자기자본 산출기준(안)을 만들고 현재 은행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단계에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세부안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C은행 담당자는 “기준안의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있지만 당장 사전운영을 해야 하는 때에 기준들을 고쳐가며 운영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확정된 안이 나오면 준비가 빠른 은행들은 기존 기준에 맞춰 해놓은 것들을 일부 바꿔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자칫 중복투자나 재투자 비용이 들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이 역시도 임 팀장은 확정안이든 세부안이든 큰 틀에서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은행들의 우려는 기우라고 해명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