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을유(乙酉)년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분 모두 소원성취하시고 가정에도 행복이 넘쳐나시길 기원합니다.
지난해에는 계속된 내수부진과 고유가·원화강세 등의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만, 다행히도 여기 계신 금융인 여러분의 노력에 힘입어 금융시스템은 대체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하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다양한 기관에서 내놓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먼 과거를 돌아볼 필요도 없이 금융위기 이후 우리가 겪어 온 도전과 시련,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보더라도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도 능히 이겨낼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고 믿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도록 우리가 자신감을 갖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금융인이 모처럼 자리를 같이 한 오늘, 저는 여러분에게 한가지 당부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 금융산업은 과거 잘못된 관행과, 그로 인해 비롯된 부실과 비효율성을 고치는데 다른 어떤 산업보다 앞섰다고 자부합니다.
그 결과 작년의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우리 금융산업은 건전성과 수익성 양면에서 비교적 진일보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물을 도외시한 금융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는 인식하에 저는 지금이야말로 금융부문이 실물부문을 리드(lead)해 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민간투자를 유인하는데 여러분, 금융인이 앞장서 주어야 합니다. 민간투자의 활성화는 우리 모두에게 절박한 과제입니다.
이는 과거 고도성장기와 같이 금융이 앞뒤 가리지 않고 실물부문을 ‘지원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미 그러한 관행?과거가 되었으며, 이제는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합니다.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들을 선별해서 자원이 이러한 분야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저는 금융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좌우한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금융회사들이 지난 금융위기 위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은 바람직하다고 여겨집니다만,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리만큼 ‘안전 지상주의’가 팽배하여,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는데 다소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리스크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금융회사에게 있어서 리스크는 수익의 원천이자 존재의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다른 경제주체에 비해 리스크를 인식, 측정, 관리하는데 비교우위를 가진 금융회사마저 경제활동에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 밖에 없는 리스크를 외면하고 스스로의 안위만을 중시한다면, 장기적으로 금융회사의 수익원인 기업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어, 결국은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지금 여러 분야에서 많은 갈등이 내연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새로운 물결이 일어나야 합니다. 정책의 불활실성이 제거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촌 시대에 우리 금융회사들도 그 목표가 국내 제일에 국한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우리의 경제상대는 옆자리에 계시는 동료 금융인이 아니라, 선진국의 금융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감독당국으로서는 법과 원칙을 엄정히 준수하여 우리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우리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도적·관행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여러분, 동양의 역학에서 닭은 天命 혹은 天福을 전하는 메신저라고 합니다.
그렇듯이, 올 乙酉年은 닭이 몰아온다는 상서로운 기운으로 가득하길 여러분과 같이 기원해 봅니다.
여러분 모두 올해 한해 모든 일을 뜻ㄷ로 이루시길 다시 한번 축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