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은행, 리딩뱅크 등등 각 은행들이 포부를 밝히며 전쟁에서의 성공을 다짐했다.
그러나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일까.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는 8일 오찬간담회에서 “은행들의 전쟁이 이익만 많이 내면 되는 전쟁인지, 우리 경제의 근간인 기업도 살리고 돈도 벌자는 전쟁인지, 외국인 주주나 돈벌게 하는 전쟁인지 모르겠다”고 말해 마침 가려운 곳을 긁었다.
즉 뚜렷한 목표와 방향설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돈을 벌면서도 사회적 역할을 하면서 성장을 하는게 은행답다는 의중이 담긴 말로 들린다.
중소기업이든 개인고객이든 점차 금융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지적이 최근들어 자주 나온다.
실제 대기업들은 더 이상 은행의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곳이 늘고 있으며 우량 중소기업에겐 너도나도 돈을 못 빌려줘서 안달이다. 반면 또다른 중소기업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개인고객의 경우도 부자고객에게는 금리나 수수료 등을 깎아주며 대 환영을 하고 또 이들 고객 위주의 영업을 한다.
은행에 다니는 직원들은 카드다, 방카슈랑스다 해서 고강도 노동을 하면서도 언제 자리를 내줘야 할지 모르는 불안에 떨기는 마찬가지다.
이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국가 경제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같은 날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간담회에서 “과거에는 기업이 경제를 리드했지만 지금은 은행이 실물경제를 리드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역시 유총재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한한 켈리포니어 대학의 게리 딤스키 교수가 미국의 지역재투자법의 예를 들며 주장했듯이 은행들이 지역사회에 재투자함으로써 지역경제를 살리고 또 이에 힘입어 은행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게 시급하다.
얼마전 신상훈 신한은행장과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기업시민으로서 역할을 착실히 하자고 밝힌 대목은 그나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시중은행들이 국내 사회와 경제를 리드할 철학이나 전략적인 마인드가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정책적으로 신용분석 역량을 강화해 적절한 곳에 돈이 흘러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한국사회와 경제의 진정한 리딩뱅크가 되기를 기대한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