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하나지부는 이원직군제(FM/CL) 폐지를 우선적으로 주장하고 있어 삼자합의 가능성은 낮아진데다 양자 협의를 하고 있는 서울지부 일각에서도 마뜩찮다는 반응이다.
옛 하나출신 직원들이나 서울출신 직원들 모두 불만스럽게 여기는 요인이 있긴 마찬가지며 통합 논의가 되레 직원들간의 갈등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나은행의 임금 인사 통합과정은 국민·주택은행의 제도 통합이나 최근 조흥은행이 신한은행과의 기본급격차 해소 과정에서 은행측이 상당한 통합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는 시각도 있다.
◇ 내부 갈등 부추길 수도= 서울은행 출신들은 그동안 다른 임금 인사제도를 적용받음에 따라 하나출신보다 상대적으로 임금차별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통합을 통해 하나 직원들만큼의 수준은 받아야 한다는 것. 그러나 막상 은행측이 내놓은 통합안은 임금밴드가 소폭 상승하는 정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은행측의 안을 보면 행원급의 경우 서울은행의 1∼20호봉을 하나은행의 1∼6단계 체계로 맞춰 주는 변화가 예상되며 임금 상승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나지부는 이번 통합이 은행측과 서울지부의 양자합의로 결론 날 경우 어차피 변할 것은 없다. 그러나 통합을 통해 직무성과급제의 개선을 바랬던 직원들로서는 실망일 수밖에 없다.
또 이원직군제가 성차별적이라는 이유로 폐지를 주장해온 상황에서 이들 직군에 포함된 직원들도 불만이다.
직무성과급제의 개선은 하나-서울-은행의 삼자협상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과제로 남는다.
◇ 국민·주택, 조흥·신한은 경영진이 더 적극적이었다=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합병(2002.12)한 비슷한 시기인 최근 3년내 다른 은행의 사례를 보면 국민·주택은행의 경우 합병(2001.11) 1년만에 인사·보수를 통합했다.
또 조흥은행은 신한지주에 편입(2003.7)된 후 2004년 11월 기본급을 신한은행 수준으로 맞추는데 합의했다.
국민·주택은행은 통합 과정에서 직급체계를 기존 6직급에서 4직급으로 전환하고 기본급도 1~15등급으로 나누는 등의 통합안이 거부감 없이 수용되도록 곳곳에서 공을 들였다.
조흥은행도 6급 12.05%, 5급을 16.65%, 5급갑 5.45%, 4급 2.00% 등 1~6급까지 직급별로 기본급을 인상했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국민-주택은행이 1년만에 통합을 이룬 것은 임금체계가 흡사했던 것도 있지만 경영진이 이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즉 경영진들이 같은 나이, 같은 학력, 같은 시기 입사를 했을 경우 인사나 보수는 유사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양 은행이 승격 시기 등의 차이가 있어도 그나마 수월하게 통합할 수 있었다고.
이같은 경영진의 의지로 인해 당시 통합하면서 대대적인 승격인사가 이뤄졌으며 임금인상도 함께 이뤄졌다. 덕분에 제도 통합과정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조흥은행도 지난해 총파업 이후 노사 양측이 ‘3년간 임금수준을 단계적으로 신한은행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합의를 함에 따라 노사 모두 의지를 갖고 진행할 수 있었다고 조흥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