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장애를 극복하고 노점상을 하면서도 꾸준하게 저축을 생활화한 신우신협 최상길 조합원이 올해의 저축왕이 됐다.
최상길 씨는 지난 26일 열린 제 41회 저축의 날 기념식에서 ‘올해의 저축왕’으로 선정돼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엄마’이외의 발음은 보통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선천성 언어장애를 가진 그는 손수레를 끌며 장난감, 풍선, 꽃 등을 파는 노점상이다.
최상길 씨가 신우신협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9년 어느 일요일.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오다가 우연히 신우신협 직원들이 성당을 방문하는 조합원들로부터 예금을 받는 것을 본 그는 그때부터 16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신협을 방문해 그날 번 돈을 저축해오고 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그는 신협을 방문해 몸짓 발짓으로 예금을 해왔고, 16년을 매일같이 방문한 그는 이제 신협 직원들과는 의사소통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게 됐다.
하루에 적어도 1000원은 저축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한번 예금한 돈은 절대로 인출하지 않는다. 예금만기가 도래하면 만기에 받은 이자를 더해 다시 예금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현재까지 사용했던 통장만도 100개가 넘으며 예금잔고는 1억2000만원에 달한다.
최상길씨는 저축을 생활화한 것은 물론 자신이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해오고 있다.
“아버지께서는 장애인이 남을 도우면 다른 사람들이 비웃는다고 많이 걱정하셨지만, 생활고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최상길 씨는 사회단체에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10년전부터 성당 노인회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행사 도우미로 봉사하고 있으며, 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 성골롬반선교회, 작은 예수회, 의정부2동성당 연령회, 빈센치오(불우이웃돕기 단체) 등에 매월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신우신협에 익명으로 불우이웃돕기통장을 개설해 매년 20만원씩 후원하는 등 이웃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고 있다
장애로 인해 육체적 도움을 줄 수 없지만 적은 금액이라도 도움을 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으며 살자”는 생활신조를 가진 그는 “신체적으로 정상인이 아니기에 남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님과 간질을 앓고 있는 누나를 부양하고 있는 그는 요즘 부모님 칠순 잔치 준비에 신바람이 나있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에 작지만 소중한 사랑을 나누며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사는 최상길씨. 그가 이 시대의 진정한 부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보경 기자 bk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