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경기침체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업계, 저축은행 업계 등에서는 예금보험료의 완화를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시중은행에 비해 리스크가 큰 만큼 예금보험요율를 차등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만 하고 있어 정부당국과 금융기관들과의 갈등의 폭만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현행 예금보험료 산출방식이 근본적으로 불합리하다는 점이다. 현행 예금보험료 산출은 기본적으로 예금보호대상 예금에 5000만원 초과예금액, 금융기관의 지급준비금적립액을 더한 총액에 예금보험요율을 곱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5000만원 초과예금과 지급준비금적립액은 보험사고 발생시 예금보험기금에서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 예금보호법은 5000만원 초과예금에 대해선 예금보호를 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금융기관이 5000만원 초과예금에 대해서 예금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은 고객에게 돌아가지도 않는 비용을 초과 납부하는 것과 같다.
이는 결론적으로 예금보험기금이 초과예금에 대한 예금보험금을 챙기는 꼴이다.
지급준비금도 마찬가지다. 지급준비금은 고객의 예금인출 요구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조성한 예금보험기금에 해당하고,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시에는 1차적으로 지급준비금에서 예금을 고객에게 지급하고 있다.
한 마디로 예금보험기금보다 먼저 고객에게 예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예금보험료 산출에 편입시키는 것은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해 예금보험료를 추가로 부담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최근 제2금융권에서 예금보험료 산출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불거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뚜렷한 해명을 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금감원 한 고위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예금보험료를 산출하고 있기 때문에 제2금융권만 산출방식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예금보험료 산출방식은 업종별 평형성 이전에 근본적으로 불합리하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여기서만 자꾸 시끄럽게 떠드느냐’라는 논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예금보험료는 금융기관 부실발생시 서민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생긴 것이지 한 기관에 이익을 위해 생긴 것이 아니다. 정부는 예금보험료의 목적과 취지를 인식하고 하루빨리 금융기관들이 수긍할 수 있는 예금보험료 산출방식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
시장경제논리를 중시하면서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건의를 묵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태도라는 점을 정부는 하루빨리 인식해야 한다.
안영훈 기자 anpres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