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초 비씨·KB 등 주요 카드사들이 홈쇼핑사와 할인점업체들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수수료 분쟁은 석달이 다 차도록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조금도 변화가 없고, 소비자들도 점차 수수료 전쟁에 무감각해지고 있어 사태는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중론이다.
◇비씨-이마트 입장변화 없어
양 업계의 대표주자로 가장 격한 갈등을 겪어온 비씨카드와 신세계(004170) 이마트는 입장차를 조금도 좁히지 못한채 추석을 맞게 됐다. 양측은 대표간 만남에 이어 실무협상을 추진, 해결 가능성에 기대를 갖게 했었다.
하지만 어렵게 성사된 실무협상에서 양측은 서로간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추후 두번째 협상을 갖기로 했지만 현재로서는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1일부로 가맹점 계약을 해지한 양측은 기존 입장에 변함없다며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현행 수수료 체계로는 매출이 늘수록 카드사들의 적자폭이 확대되는 만큼 이마트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해서 오히려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협상을 요청해오면 응하겠지만 이미 가맹점 계약이 해지된 만큼 계약상으로나 법적으로나 먼저 나설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도 "전 매장에서 비씨카드를 받지 않더라도 고객 불편사항과 영향이 크지 않다"며 "추석 이후에는 굳이 서둘러서 협상해야할 이유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할인점-카드사 전면전..외국계 할인점 주목
삼성·KB·LG 등 카드사들이 최근 잇따라 롯데마트, 까르푸 등 할인업체에 수수료 인상안을 통보한 이후 사태는 할인점과 카드사들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삼성카드는 23일부터 롯데마트와 월마트, 까르푸 등 주요 할인점에 종전 1.5%에서 2.3%로 0.8%포인트 올린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LG카드(032710)도 지난 7일부터 이마트에, 22일부터는 까르푸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을 2.2%로 인상했다. KB카드도 6일부터 이마트에 대한 수수료율을 올렸고 24일부터는 월마트에 대해 2.2%의 수수료을 적용하고 있다.
할인점업체들은 카드업계의 수수료 인상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 가맹점 계약 해지와 법정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추석기간 소비자 불편을 피하기 위해 이달말까지는 삼성카드를 받되 10월 1일부터 삼성카드와 계약을 해지키로 입장을 정한 상태다.
이마트도 KB LG카드를 가맹점 계약 만료시까지는 받되 이후 소송을 통해 수수료 인상분을 돌려받을 예정이다. 최근 개점한 월계점에서는 아예 수수료만큼 할인된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외국계 할인점인 까르푸와 월마트는 추석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외국계 할인점들이 국내 할인점과 달리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을 수용하거나 카드사와 타협점을 찾을 경우 수수료 분쟁의 해결 실마리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외국계 할인점들도 가맹점 계약 해지, 카드 결제 거부 등 강하게 맞설 가능성이 크고, `추석대목`이라는 화해 유인요소도 사라져 사태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