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은행은 드디어 오늘(13일) 여의도 본점에서 이사회를 갖고 지난 10일 금융감독위원회가 김 행장에 대해 제재수위를 문책적경고로 확정해 연임이 불가능해 짐에 따라 이같은 금감원 검사결과에 대해 입장을 정하고 향후 진로를 결정한다.
김 행장은 11일까지 “지금도 (국민카드)합병 관련 회계를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을 위하여 타당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동시에 “이번 일로 인하여 국민은행을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고객 및 주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11 일 김 행장 측근은 “이사진들도 정당한 회계처리를 부당하게 제재한 것으로 규정해 재심 청구를 비롯한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할지 후임 행장 선임과 경영정상화에 역량을 쏟을지 아니면 제3의길을 택할지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 행장 다음 CEO가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 설왕설래 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누구와 누구가 유력하다는 설도 절정을 치닫고 있다.
◇ 인물난 촉박한 시간도 버겁다 = 문제는 “누가 봐도 이 사람이라면야……”라고 승복할 만큼 돋보이는 인물은 없다는 사실이다.
오늘 이사회에서 동시 진행이건 단독 진행이건 후임 선정에 나선다면 늦어도 10월 중순 전에 마무리지어야 하기에 시간도 빠듯하다. 하마평은 언론매체마다 틀리고 이해관계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다. 기본 갈래는 당연히 △공직 경력자를 포함한 전현직 외부 금융인 △지금 국민은행에 적을 둔 내부 인물 등으로 나뉜다.
수협 장병구 신용부문 대표와 하영구 한미은행장, 홍석주 한국증권금융 사장, 심훈 부산은행장은 현업에서 활동중이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고 강정원 옛 서울은행장과 정건용 전 산은 총재는 지명도와 중량감에 힘 입고 있다는 평이다.
PK 그룹에서도 강신철 전 경남은행장, 이성태 한은 부총재 등이 거론됐고 우리금융을 거친 전광우 전 부회장과 이덕훈 금통위원(전 우리금융 부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이름이 올랐다.
이와 달리 내부 인물로는 김상훈 고문과 지난 3월만 해도 차기 트로이카로 지목되던 부행장 3인방을 제치고 최범수 CB설립추진위원장, 이성규 부행장이 거론된다.
그러나 정건용 전총재나 최범수 위원장은 스스로 뜻이 없다고 확고히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대부분의 설이 신빙성은 낮다.
◇ “리딩뱅크 걸맞은 중량감 경영철학에 융화실현력이 중요” = 또한 이번 국민은행 검사결과가 관치 논란을 불러왔던 만큼 공직 출신이 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고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 한 임원은 “김 행장만한 인물이 당장 안보인다고 우려할 일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행장이 이미 합병 후 리딩뱅크로서의 방향과 틀은 잡아 놓은 셈이기에 전혀 다른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행장은 불가피하게 변화와 혁신책을 내놓고 따르도록 했던 용장(勇將)이자 지장(智將)형이라면 이제는 영엽정상화를 축으로 조직 융화와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은행을 움직여 시너지효과를 내도록 하는 덕장(德將)이자 지장(智將)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선 입장이 엇갈렸던 은행의 금융노조 국민지부와 주택지부에서도 적잖이 공감하고 있다.
국민지부 한 고위관계자는 “옛 국민쪽이건 주택쪽이건 통 큰 융합이 절실한 이때 내부에선 적임자가 없을 것”이라며 “참으로 중요한 것은 일부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행장추천위원회이나마 독립성이 훼손되는 일 없이 은행의 앞날에 적합한 사람을 CEO로 맞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주택지부 한 고위관계자도 “외부 입김에 영향을 받지 않고 행추위가 바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민간 상업은행의 대표주자라는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조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번에도 시장친화적이어야 하고 주주가치와 은행경쟁력을 최우선시 하는 사람으로 국민은행 임직원의 신망을 안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정부 “개입 않겠다”아직 반신 반의 = 이와 관련 정부가 취할 후속 작업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특히 재경부 및 재경부 출신 관료들의 의중에 따라 차기 국민은행장을 내정해 뒀으며 의중이 드러나지 않게 선임되도록 밀어 줄 것이란 이야기도 돌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와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지난 10일 아침과 저녁에 던진 말도 해석의 여지가 남는다.
이부총리는 이날 아침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금융계 CEO들과의 오찬에서 “외환위기 이후 외부에서 CEO를 데려오는 게 좋다는 고정관념이 생겼지만 이제는 내·외부를 가리지 않는 합리적인 CEO탐색 활동이 필요하다”며 CEO 검증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