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또는 취임 기념일을 맞아 밝힌 경우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직접 메시지를 보낸 경우도 있다. 가을의 문턱에서 임직원들을 적극 독려해 격화된 경쟁구도를 슬기롭게 돌파하려는 의지로 충만하기 때문이다.
특히 씨티그룹과 대형 금융 강자들끼리 경쟁 구도에 대한 자신감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가을 메시지의 절정을 이룬 건 이달 초부터다.
산은 유지창 총재는 1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최근 불미스런 일로 상처를 입었지만 오히려 우리 자신을 뒤돌아보게 됐고 해야할 것들을 생각했다”며 ‘My Home, My Business, KDB’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제시했다.
“상식이 우선하는 경영, 기본에 충실한 경영이 일류기업을 만드는 원동력”이라며 유총재는 스스로 프로답게 자문하는 자세들이 모이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비상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태닫기

이들 두 CEO는 경중에는 차이가 크지만 위기를 맛봤다. 언뜻 보면 전혀 특출할 게 없지만 미래를 향한 포석으로 으뜸인 덕목을 끄집어 낸 셈이다.
아울러 같은날 신한금융지주 최영휘 사장은 ‘월드 클래스 파이낸셜 그룹’으로 나아 가겠다고 선포했다. △’뉴뱅크’를 통해 새로운 금융문화를 선도하고 △원엔터프라이즈 실현으로 시너지를 극대화 하며 △넓고 깊게 근본적 혁신으로 월드 클래스 경쟁력을 갖추자는 요지였다.
이에 앞서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지난달 16일부터 가졌던 지점 순방 등 직원과 만난 자리에서 “창립 50주년이 되는 2009년 한국 최고 리딩 파이낸셜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고의 금융엘리트 집단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동규 수출입은행장은 가장 최근인 지난 3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중기경영로드맵을 통해 제시했던 과제들이 꾸준히 이행되고 있으며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우리은행 황영기닫기

시중은행 한 임원은 “대형 은행간 경쟁이 얼마나 격화되고 있는 지 잘 아는 분들이 기본 과제들과 경쟁력의 원천에 관심을 집중한다는 것은 그만큼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풀이했다.
LG경제연구원 백풍렬 책임연구원은 5일 “기업의 비전에는 기업의 존재이유와 성장방향, 경쟁우위 원천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구성원의 바람과 열망을 담아 다양한 비전활동을 통해 직원들에게 활력을 주는 동시에 조직구조와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재정비해 나간다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금융인 되어 함께 뛰자” 선창
실제로 은행권 CEO들의 가을 메시지들은 표현이 조금씩 틀릴 뿐 담고 있는 내용과 지향하는 바, 그리고 필요한 과제에 대한 공통의 컨센서스를 만들겠다는 목표에는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 “이 정도 악조건 이겨낼 수 있다” 진취적 기상 고무 = 황영기 행장은 경영전략 워크샵에서 “대형은행간 시장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장기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휘 신한지주 사장과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씨티그룹의 존재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것도 현실인식은 적확히 하자는 접근법에선 같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리더가 해야할 일에는 더욱 열심이었다.
김승유 행장은 “영업판매관리비용율에선 씨티은행 못지 않다. 단지 대출관리 전문성에 뒤져서 문제가 생기 뒤에 관리를 시작하는 게 문제”라면서도 기업문화와 퀄리티를 업그레이드 하면 최고의 파이낸셜 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영휘 사장은 “(주요 과제와 비전 실현을 위해) 우리 모두 다같이 만들어 가자”고 촉구했다.
유지창 총재는 “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작은 바람이 모여 큰 에너지를 갖는다”며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작은 일부터 내 주변부터 개선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 인력의 질이 핵심경쟁력 처방의 원리 ‘일치’= CEO들 처방에서 빠지지 않는 것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최고의 금융기관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다. 둘째는 바로, 인력이 경쟁력의 원천임을 주목하고 ‘함께 성장하자’고 손을 내민것이다.
김정태행장이 영업조직에 대한 비상경영을 해제한 것이나 전 직원의 ‘멀티스페셜리스트화’ 선택과 집중에 의한 차별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영휘 사장은 모든 자회사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고객군별 경영체제 못지 않게 ‘그룹차원의 성과관리 시스템’을 확고히 하고 소속감 강화와 구성원간 동료의식 형성에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승유 행장은 가장 방대한 약속을 던졌다. 직원의 연수 훈련 강화를 필두로 핵심인력 중심의 성과보상, 보육·2세 교육지원과 퇴직자 우대제를 통해 자긍심과 공동체 의식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신동규 행장도 연수제도 개선과 능력 및 업적 위주 인사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천명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