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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영업, 설득 이전에 파악하라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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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4-08-29 16:57

이재호 미래에셋증권 주식영업추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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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종사자로서 우리의 미래사회 비즈니스 구조를 고민해 볼 때 느끼는 것이 있다. 내용과 형태가 무엇이든 판매능력이 바로 생존능력일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지만 선진국과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 차이점이 있다면 영업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문화의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이미 선진국에서의 모든 시장은 철저히 현장의 영업프로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動線을 따라 보상도 결정된다. 금융영업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펼쳐질 자산관리 비즈니스라고 할 때 그 영업의 본질적 모습은 무엇일까.

실마리는 영업이 단순 판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데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금융영업은 리서치와 마케팅의 프로세스를 거친 다음 판매단계의 흐름을 갖는다. 계약행위를 의미하는 판매가 영업조직의 최종목표이지만 앞의 두 단추를 어떻게 꿰는가에 따라 결과는 사뭇 달라진다. 금융시장 영업은 형태를 지닌 소모성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복합적인 어프로우치를 갖는다. 소모성 상품의 경우 고객은 사용하는 즉시 해당 제품에 대한 느낌과 평가를 하기 때문에 피드백 사이클이 짧게 마련이다. 반면 금융상품은 거시적으로는 글로벌경제의 흐름에 영향을 받게 되고, 미시적으로는 투자대상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고, 반응구조는 고객의 투자수익률이라는 숫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자산관리 영업은 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읽을 것일까 하는 리서치에서부터 출발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식의 이해법은 모범안은 되겠지만 영업현장에서의 솔루션은 될 수 없다. 영업을 리서치부터 시작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다음 단계인 마케팅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직원중 상당수는 마케팅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 즉, 리서치는 누군가가 행하고 이 결과물을 갖고 고객들을 잘 설득해서 계약체결 단계까지 이어나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일견 타당하게 보인다. 하지만 자산관리 영업은 이와 유사한 프로세스를 갖되 고객 접근상의 루트는 전혀 다른 구조를 지닌다.

리서치든 마케팅이든 핵심은 설득 이전에 파악이다. 역설적일지 모르지만 고객은 설득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파악의 대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다. 문제는 파악하는 법이 서투르다는 것이다. 고객의 구매심리는 비전문가에게 구매를 원하지 않으며, 빈가게나 빈식당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는 인식에 근본바탕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자산관리 영업에서의 고객 파악이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어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비전문가에게 구매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뒤짚어 말하면 전문가를 원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전문가는 글로벌 경제를 꿰뚫는 특별한 능력을 의미하기 보다는 영업직원이 자신의 고민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인가 하는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경제전문가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나를 설득하려고 하는 내용이라면 실제 계약단계까지 연결되기는 어렵다. 이런 구조 때문에 많은 영업직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영업능력을 회의하면서 프로의 세계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설득의 관점에서 영업을 하게 되면 인위적으로 열정은 간직해 갈 수 있겠지만 재미가 없기 때문에 오래 견디질 못한다. 열정을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힘은 결국 재미에서 나오지 각오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씨티뱅크가 98년 1월 일본에서 프라이빗뱅킹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일본경제신문에 첫 광고를 냈다. 그런데 문구를 보면 “금융자산 1억엔 이상의 당신에게. 기대하시던 자산운용의 방법이 여기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미 달러화표시 정기예금 ‘프리미엄디포지트’ 상품을 출시했다. 문제는 그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일본에서 관행처럼 해오던 방식, 즉 금융광고는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이루어져 왔던 것이 상식인데, 씨티은행 광고는 해당 신문의 대다수 독자를 소외시키는 방법을 썼던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광고 매 회당 500건의 상담콜이 발생하였고 그 중 20%인 100명 정도가 프라이빗뱅킹 계좌를 개설했다. 이들이 일본 씨티뱅크 PB고객의 중요 기반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 내용에서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프라이빗뱅킹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데 초점을 두기 보다는 초저금리로 도저히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일본의 거액자산가들의 고민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다. 바로 설득 이전에 파악을 한 것이다. 자산관리 영업에 있어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리서치는 이처럼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하루에 쓰는 단어 수는 불과 수백단어를 넘지 않는다.

대화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단어수에 있기 보다는 듣는 능력이 부족할 뿐이다. 먼저 경청하면 그것이 바로 상대방을 파악하는 것이다. 자산관리 영업에서 경청하는 행위는 이것을 구매하십시오 보다는 이것을 고민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동안 그렇게 해 오셔서 수익이 이 정도 났을텐데, 대신 이렇게 하면 보다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라고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지 않을까.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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