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캐피탈그룹이 투자한 30여개의 한국업체중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신한금융지주 등 굴지의 4개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 만남의 자리도 별도로 갖기로 해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금융계 및 업계에 따르면 한국 증시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미국계 장기투자펀드인 캐피탈그룹은 내달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투자전략회의 성격의 이사회(BOD)를 개최한다. 이를 위해 캐피탈그룹의 고위관계자를 비롯해 펀드매너저, 애널리스트 등 수십명이 대거 방한할 예정이다.
또 이날 회의에는 캐피탈그룹의 대표적인 한국 투자기업인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현대자동차(005380), SK(003600)㈜, 신한금융(055550)지주 등 4개사의 CEO를 시간대를 달리해 초빙, 기업현황에 대해 설명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김동진 부회장이, 신한금융지주는 최영휘 사장이 참석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와 SK㈜는 아직 참석자를 확정짓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윤종용 부회장과 신헌철 사장이 각각 참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캐피탈그룹이 한국 증시와 투자기업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캐피탈그룹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는 삼성전자(5.8%), 현대자동차(5.6%), SK㈜(6.7%), 신한금융지주(15.3%), KT(030200)(7.1%), 삼성화재(000810)(7.4%), 국민은행(060000)(5.9%) 등 31개사로 대부분 한국의 업종별 대표기업들이다.
대표적인 가치투자 장기펀드로 알려진 캐피탈그룹이 보유중인 투자지분은 해당기업의 오너와 계열사 등 경영권과 관련한 우호지분을 제외하면 단일주주로 최대주주의 위치에 올라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캐피탈그룹은 자사가 운용하고 있는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날 인 코포레이티드(CGII)`와 `캐피탈 리서치 앤 매니지먼트(CRMC)`를 통해 각각 상장사(지분 5% 이상) 13사와 18사에 투자하고 있다. 또 평가액(지난 6일 종가 기준)은 각각 2조2678억원과 2조1801억원 등 총 4조4479억원에 이르고 있다.
삼성전자 등 각 펀드에서 지분 5% 미만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기업들까지 합칠 경우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SK-소버린간 경영권 분쟁 이후 외국계펀드의 적대적 M&A나 경영간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번 캐피탈그룹의 한국 투자전략회의는 국내 투자기업에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캐피탈그룹이 지난 2001년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 `경영간섭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당사자로, 이번 전략회의에서 경영과 관련한 어떤 요구를 내놓을 지 주목된다.
또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소버린을 상대로 또다시 경영권 방어에 나서야 하는 SK㈜의 경우도 캐피탈그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캐피탈그룹은 소버린(14.99%)과 웰링턴(9.07%)에 이어 SK㈜의 외국인 주주로는 3번째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금융계 한 고위관계자는 "양질의 장기투자자로 평가되고 있는 캐피탈그룹이 한국의 경제 분위기를 직접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번 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한국기업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투자가치 배가 차원의 비공개적인 사항을 요구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31년 조나단 벨 러브레이스에 의해 설립된 캐피탈그룹은 전세계 50여개국에 걸쳐 총 400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초대형 투자그룹으로 미국 3대 뮤추얼펀드인 `아메리칸 펀드`의 모기업이기도 하다. 특히 펀드내 자금회전율이 30%에도 못미칠 정도로 가치 및 장기투자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고, 전세계 19개 사무소를 갖고 있다.
캐피탈그룹은 주요 투자대상국 현지에서 매년 한차례 정도 투자전략회의 성격의 이사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지난 2000년에 이사회를 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데일리 제공)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