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것은 자본의 다양한 성격에 대한 이해의 확산, 국내외 자본간의 차별성 확인을 위한 과학적 검증 그리고 단기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펀드 등의 국내시장 교란에 대한 대응자본 즉 국적(國籍)금융자본 형성의 시급성을 일깨웠다.
사실 자본축적 과정은 상업자본에서 산업자본으로, 산업자본에서 금융자본축적 순서로 이행되었다. 그러나 최고의 발전단계에서는 금융자본이 상업자본은 물론 산업자본도 지배하는 금융독점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어떤 개별자본(기업)이라도 축적과정의 본질은 스스로 키우고 확장하며 지배하고자 하는 모사성(模寫性, evolutionary function)을 지닌다. 특히 확장하고자 하는 시장영역은 결코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적 규모의 시장에까지 확대된다. 선진국의 금융자본이 후발국에 진출할 때 자본수입국의 법제, 회계, 경영관행 등이 선진자본의 축적활동에 장애가 되면 세계화와 효율화 제고를 지향한다는 명목으로 내정간섭을 자행하는 경우가 많다.
미시적으로는 자본거래 자유화, 경영의 투명화, 지배구조의 민주화 등을 요구한다. 거시적으로는 재정금융정책 즉 재정의 균형화, 통화관리 즉 환율과 이자율 정책 등에 대하여 간섭한다. 간접적으로는 국제평가기관을 동원하여 국제금융시장 진입과 활동을 제약할 수 있는 국가평가를 무기로 자본수입국 내지 금융시장 참여국의 축적과정에 개입한다.
따라서 국제금융시장참가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독립적 국적성을 지니는 금융자본 형성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금융산업 조직 및 금융기법을 발전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 뼈아픈 구조조정을 통하여 겪은 학습효과가 우리에게 커다란 교훈이 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국적금융자본 형성의 물적여건은 충분하다.
우선 금융자산 보유 수준이 최소 1300조원 이상이고 외환보유액도 1600억달러대에 이르러 개별금융자본 형성의 물적여건은 성숙되었다. 다만 이들 금융자산을 어떻게 금융자본시장에서 경영력을 갖춘 주체로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과제이다.
그래서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선진 금융활동에서 보여준 금융자본의 산업지배는 물론이고 금융지배 목적의 각종 펀드(fund)의 활동과 역할에 주목한다. 다만 아직 펀드조성을 통한 산업 및 금융지배 경험과 기법을 충분히 학습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학습효과를 발휘하여 그런 목적의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조성은 물론 공공 연기금을 제외한 기업연기금 등의 금융펀드 운용가능성은 충분히 인식한다. 특히 기업 연기금 등이 금융전업 펀드 조성에 참가함으로써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대한 우려와 취약한 금융전업자본 부족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계 금융기관 예컨대 공적자금투입 금융기관이나 출자금융기관을 민영화할 때 금융기관의 공공성 확보 또는 기간산업의 외국계자본 지배를 방어하기 위한 황금주(黃金株, golden share)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 황금주 제도 도입은 1970년대 영국이 브리티쉬 텔레콤(BT)을 민영화할 때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 도입한 바 있다. 유사한 지배권 확보 예는 7% 지분만으로 4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포드와 1000배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볼보의 SAAB의 예가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유럽에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퇴조하고 있다.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람직하지 않다. 관치금융부활, 주식의 평등권과 의사결정의 민주성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고도의 자본운영기법, 투명성 그리고 수익성을 모두 갖춘 금융전업 자본형성이다. 그러나 관치금융과 산업지원역할에 한정한 결과로 우리나라에는 금융전업 자본으로 부를만한 것이 없다. 그 대안으로 사모펀드 또는 연기금 참가를 통한 금융전업자본 형성을 제시할 수 있다. 오랫동안 독립적 금융산업 육성이 지체된 우리나라로써는 충분히 가능하고 육성조건도 조성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사모펀드 조성과 운용의 자유화와 활성화 제도정립과 관행의 정착이 시급하다. 정부계 연기금을 제외한 기업 또는 산업별 연기금 육성과 그들의 자유로운 펀드조성, 시장관리기법의 학습도 시급하다. 실체가 의심되는 650억원의 민경찬 펀드조성 해프닝처럼 사기성과 위험성 높은 펀드시장 교란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체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직간접 제도의 손질과 자율성을 보장하면 자율적 성숙조건은 충분할 것 같다.
시장 참가자들의 제도운영과 활동에 관한 인식은 예상보다 높은 학습과 창조적 효과를 발휘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또 위험을 충분히 수용하면서도 축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는 자신감도 보이고 있다. 국적금융자본형성과 경쟁력 확보를 기대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