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간접투자상품의 자산이 급감하고 있는 이유는 몇 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번째 지난해 SK글로벌사건과 카드채문제로 인해 채권관련 상품들의 수익률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채권펀드중 이런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수익률이 하락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채권펀드의 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게 실현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두 번째로는 역설적으로 종합주가지수가 880선까지 가파르게 상승한 결과 투자자들이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상승으로 주식펀드의 수익률이 호전되자 투자자들은 수익확보 차원에서 환매를 늘리고 있다. 지난 1년간 주식형펀드가 7조원이나 감소한 사실은 이런 투자행태를 잘 말해주고 있다.
세 번째는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는 투신관련 구조조정이다. 정부는 여러 차례 한국투신증권과 대한투신증권에 대한 구조조정을 발표하고 있으며, 이미 46개에 달하는 운용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간접투자 자산운용업법으로 은행의 신탁업무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사실들로 인해 투자자들은 우려어린 눈으로 투자하길 망설이고 있다.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전체적으로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마저 60%가량 지분이 넘어간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송두리째 외국 투자자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국내 자산운용산업이 몰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자산운용산업이 침체되고 있는것은 무엇보다 수요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다른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자산운용산업은 개인투자자들이 기업연금이나 개인연금과 같은 장기투자자금이 확보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연금자산의 확보에 실패하고 있다. 정부는 무책임하게 기업연금을 2004년 7월에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지만 입법화하지 못하였다. 진작 입법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에서 연금의 개선에 대해 관심을 가진 국회의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는다.
노령화에 대한 우려는 날로 커져 가며, 국민연금의 기금고갈에 대한 논의는 무성하지만 누구도 실천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자산운용산업은 몰락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이나 정부관계자들은 펀드운용자나 운용회사의 무능함을 탓하기도 한다. 제대로 운용하면 고객이 신뢰하여 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국가적인 거품이 발생한 카드채권에서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자산운용회사가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오늘날 자산운용산업의 자산이 줄어들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의 상당부분은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다.
전쟁에서 진 경우 그 책임은 사령관을 비롯한 지휘부에서 져야 마땅하다. 전선에서 열심히 소총을 쏘던 병사에게 패전의 채임을 전부 떠넘길 수 없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자산운용산업의 침체에 대한 책임을 병사나 다름없는 펀드운용자나 운용회사에 모두 전가하기 어렵다.
자산운용산업을 빨리 개선하여 수요기반을 확충하고 발전해야 한다. 이를 단순하게 국내자본으로 기업을 인수하자는 식의 주식사모펀드(PEF) 활성화라는 논의로 연결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한 발상이다. 자산운용산업의 토대를 넓혀서 우리의 자본시장을 개선하는 것만이 국가의 대표기업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과도하게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투신증권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하고 국민연금의 재정고갈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복지 선진국에서 국가주도의 공적 연금을 줄이고 기업이나 개인차원에서의 사적 연금으로 전환하는 것은 뚜렷한 추세이다. 이를 받아들여 사적 연금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마련을 위한 청사진이 그려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산운용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를 완화하여 산업의 활력을 찾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간접투자상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활성화하여 막연한 불신감을 해소하도록 관계자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