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연체가 늘고 카드 부실이 심각했던 만큼 은행 실적의 명암도 엇갈렸다.
김정태닫기

전문가들은 올해 실적 역시 카드를 포함한 가계 부문 회복 속도와 중소기업 연체의 향방에 달렸다는 간명한 진단을 내놨다.
◇ 예상대로 ‘우리’선전 ‘신한’ 선방=우리은행은 19개 은행이 낸 순익의 절반 수준에 이르는 1조3322억원의 선전을 자랑했고 신한은행은 2002년보다 나빠졌다지만 4760억원의 순익으로 어려운 여건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표 참조>
국민은행은 카드 대손충당금만 2조490억원을 쌓았다. 전체 충당금 4조393억원의 50.73%를 신용카드 부실정리에 쏟아부은 것이다.
조흥은행도 모두 2조1662억원의 충당금 가운데 62.32%나 되는 1조3500억원대의 카드 충당금을 쌓았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은 6118억원의 적자를 냈고 조흥은행은 9660억원의 적자를 냈다.
카드 합병 체제 출범이 오는 4월로 예정된 우리은행이나 신한카드가 지주회사 안에 별도 회사로 있는 신한은행의 순익이 돋보이는 이유도 같다.
기업은행은 비록 흑자를 내긴 했지만 경상이익이 2002년보다 56.7% 줄어든 3119억원으로 떨어진 원인에 대해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의 주요 부실 요인이 된 중소기업 여신 부실화 때문이다.
◇ “충당금 부담 잔존 여부 1분기에 가려질 것”= 동원증권 이준재 수석연구원은 “4분기 충당금 적립 수준이 예상치보다 대부분 적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전성이 좋아 진 것인지 아니면 더 쌓아야 되는데 연간 실적을 과잉 포장하려 올해로 이연시킨 것인지 올 1분기 동안의 연체 및 충당금 적립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은행들의 전망을 가장 부정적으로 내다본 현대증권 유정석 수석연구위원은 신용카드 자산의 20~25%가 실질연체 자산화되고 금액면에선 2003년의 60~7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국민·조흥·우리은행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 예상했다.
또 카드 관련 실질연체자산에 대한 손실률 예상치를 종전의 40%에서 60%로 높이고 충당금 적립비율 역시 60%가 적당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 비율에 따른 은행들의 충당금 부담은 우리금융 4700억원, 조흥은행 1900억원 등의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특히 11일 “국민은행의 카드 연체 관련 충당금은 적정수준에서 아직도 4700억원 부족하다”며 “올해 연간 2조3080억원 정도의 카드관련 충당금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긍정적 전망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연구위원은 같은날 “은행들이 카드 자산을 30% 이상 줄이는 등의 건전화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충당금 적립 규모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행도 공격적 부실 정리의 효과를 보면서 실적과 주가 모두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3 손익현황>
(단위 : 억원, %)
(자료 : 각 은행)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