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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공사’ 설립 위한 금융허브인가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12-17 22:16

이재웅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재웅닫기이재웅기사 모아보기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정부는 앞으로 10년 내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2만 달러로 끌어올리고 동시에 자산운용업에 특화한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2020년에는 한국이 동경, 홍콩과 함께 아시아 지역 3대 금융허브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외환보유액 중 200억 달러를 밑천으로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하고 자산운용업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내세워온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및 소득 2만불 시대 등의 실현가능성 내지 실천의지에 대해서 적지 않은 회의가 있었다. 구체적인 방안이 결여된 또 하나의 장미빛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의구심을 불식하려는 듯 정부가 제시한 구체적인 방안이 투자공사 계획이다.

정부는 투자공사를 싱가포르투자청(GIC)과 같은 국제금융시장의 비중 있는 투자기관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동시에 국내에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투자공사 설립은 한국을 국제자산운용업에 특화된 금융허브로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과제라고 주장한다. 자산운용업을 국가적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경우 외국자본을 유치, 운용함으로써 운용수수료만으로도 GDP의 1% 이상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국제자산운용업이 투자공사만 세우면 육성되고 발전할 수 있을까? 이것이 정부가 나서서 기구나 만들고 개입하고 규제해서 잘 될지 의문이다. 항만을 건설하고 고속도로를 놓는 것과는 달리 투자공사나 금융허브의 건설은 무엇보다도 전문인력을 유치하고 외국자본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투자환경이 경쟁국들에 비해 크게 개선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규제만 능사로 여기고 경제개방과 외국자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미흡한 것 등은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전하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를 이룩하겠다고 하면서 아직까지 그 흔한 자유무역협정(FTA) 하나 추진하지 못하고 경제특구를 만들어서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세계적인 컨설팅그룹 맥킨지도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전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투자공사 설립을 들고 나오는 의도가 불분명하다. 우선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 중 일부를 수익성 있는 자산으로 운용하겠다는 계획은 유동성으로 확보해야 하는 대외준비자산의 성격상 적절치 못한 것 같다.

현재 우리 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약 1,500억 달러 수준인데 이것이 적정 규모이냐 여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과거에 국제자본 이동이 제한적이었고, 대외준비자산을 대부분 상품무역의 결제를 위해서 보유했던 때에는 필요한 외환보유액의 규모도 비교적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근래에는 국제외환 및 자본거래가 무역거래 보다 훨씬 큰데다 국제투자여건 변화 및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자본이 급격히 국경을 넘어 이동한다.

그 결과 국내 금융시장이 낙후된 나라에서는 국제자본 거래에 따른 통화간, 장단기별, 위험정도별 불일치가 외환위기를 빈발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우리 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것도 이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투자공사 설립은 중장기 외환수급 전망과 국내금융시장 안정 등을 면밀히 검토해서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흔히 자산운용업은 “자본시장의 꽃”이라고 불리는 만큼 고도의 금융기법과 전문인력이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국내 채권시장도 미비하고 투자신탁회사들도 모두 부실화를 면치 못하는데 더욱이 국제자산운용업이 잘 되겠는가. 특히 이런저런 구실로 기구를 만들고 자리를 차지하는 것만 능사로 여기는 경제관료들이 또 다시 잿밥에 뜻을 두고 투자공사를 설립한다면 더욱 걱정이 앞선다.

그동안 정부가 한푼도 출연하지 않은 한투, 대투 등 투신업계의 고위직도 낙하산 인사들이 독점하다시피 하더니 결국 투신사들을 거의 거덜을 냈다.

이제 외환보유액까지 출연하면서 투자공사를 만들려는 시급하고 절실한 의도가 무엇인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국제자산운용업을 관리들이 과연 온전하게 운영할 수 있을까? 공연히 외환보유액이나 축내고 또 다시 부실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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