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2조원의 신규자금은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일 뿐 LG카드가 정상화되기 위해선 펀드멘털이 개선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에 계획된 3000억원의 증자 방안뿐 아니라 내년 3월까지 총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도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 밖에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3000억원의 증자도 최근 LG카드의 주가흐름으로 볼 때 당초 예상했던 기대치에 못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번 증자에 따라 내년 3월까지의 증자 성패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27일엔 LG카드가 교보생명의 매출채권 3025억원과 한미은행의 300억원 채권을 결제해 준 것과 관련 LG카드 채권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만기상환 요구가 잇따를 경우 신규지원자금 2조원이 모두 만기 차입금 상환에 쓰일 수 있으며 채권단은 이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경영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 측에서는 보험, 투신권 등 제2금융권에 만기 연장 협조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을 거듭 확인하고 나섰다.
만일 제2금융권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채권단은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어서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으며 만기연장이 어려울 경우 LG카드는 또다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당장 12월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며 내년 1.4분기에만 약4조원, 상반기엔 7조원 가량이 만기가 돌아온다. 일단 투신권 등에서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했지만 최근 교보생명 채권 결제 이후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LG카드의 독자생존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LG카드 이종석 사장도 “전략적 투자자 유치에 회사의 사활을 걸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GE캐피탈을 비롯 HSBC, 씨티은행 등의 외국계와 하나은행 등의 국내은행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도 현 상황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나증권 유승창 연구원은 “외자유치를 하더라도 LG그룹 및 LG카드의 정상화 모습을 보여줘야 외국인들도 본격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현재 이들 외국계 은행의 관심은 일반적인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증자든 외자유치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선 LG카드가 밝힌 자구 노력 방안을 되도록 이면 빨리, 원활히 이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3년 4/4분기 LG카드 차입금 현황 및 자금조달계획>
(자료 : 하나증권, LG카드) (단위 : 억원)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